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물살은 죽고 살기를 반복한다. 살아나는 물이 있고, 죽는 물이 있다. 밀물과 썰물의 고저 편차가 오늘보다 내일이 크면 사는 물이고, 작으면 죽는 물이다. 물때식을 보면 7∼9물 사이에서 조차가 최대치이므로 물의 흐름이 빠르고, 1∼2물은 조차가 작고 물살이 느리다. 옛사람들은 조수 현상을 ‘숨찬 땅의 헐떡거림이요, 바다의 숨 쉼’(강경포구 암각문 중)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서해의 조차는 4∼11m, 동해는 0.2∼0.5m, 남해는 1∼2m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동해는 조차가 미미해 조선시대에 울산 북쪽은 무조석 지역으로 인식했다. 이런 이유로 서해안에 있는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동해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물때 달력이다.
해양문화를 주제로 강의할 때 물때 설명은 늘 곤혹스럽다. 한 번은 강의 시간 절반을 할애해 물때 설명을 하다 정작 이야기하려던 주제를 급하게 마무리한 적이 있었다. 얼마 전 남해군을 찾았을 때 죽방렴보존회장은 올해 멸치 씨가 말랐다며 한숨을 쉬며 푸념했다. 대화 도중 죽방렴 어업을 하는 주민의 전화를 받은 보존회장은 길게 통화했다. 내용인즉슨 물때와 바람과 멸치 어황의 상관관계에 대한 설명이었다. 물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죽방렴 어민조차 물때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밀물과 썰물의 주기적인 교차 현상을 달과 태양의 움직임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론상으로 들물과 날물이 교차하는 주기는 6시간 12분이지만 강화도 어민들은 “밀물 5시간, 썰물 7시간”이라 말한다. 강화도는 조차가 큰 데다 좁은 수로와 복잡한 지형의 영향으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심지어 같은 섬인데도 북쪽 해안과 서남단 해안의 조차가 5m 이상 차이가 난다. 조류 이동 방향이 회전성을 지닌 지역이 있는가 하면 왕복성을 띠는 곳도 있어 일정치 않다. 그래서 어민들의 조수에 관한 지식은 대체로 거주지 인근 바다에 한정돼 있다.
지역에 따라 7물때식과 8물때식을 적용하는 곳이 구분된다. 음력 초하루를 서해안에서는 일곱물로, 남해안은 여덟물로 센다. 두 체계를 구분 짓는 경계는 전남 완도와 제주도다. 완도군 청산도에서 제주항과 강정항으로 이어지는 선으로부터 서쪽 지역은 초하루를 일곱물로 센다. 완도군 생일도에서 제주 북촌리와 법환동으로 이어지는 지점부터 동쪽으로는 여덟 물때 지역이다. 물의 들고 남을 알지 못하고는 한국 바다를 안다고 할 수 없다. 우리 바다는 이어져 있으나 다른 바다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