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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전시”… 시민 프리뷰 열고, 장애인 이동성 실험

입력 | 2023-10-05 03:00:00

중앙박물관 12월 ‘탕탕평평’ 앞두고
시민 초청해 전시 구성 등 조언 들어
미술관 완공전 공간 개선 워크숍도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전시 ‘탕탕평평: 글과 그림의 힘’ 사전 공개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를 불통(不通)의 상징으로 보여주면 영조와 정조가 보여주려 했던 소통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올해 12월 8일 개막하는 영조(1694∼1776) 즉위 300주년 특별전 ‘탕탕평평: 글과 그림의 힘’에 전시 구성에 관해 한 시민이 이런 의견을 냈다. 전시 기획을 맡은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전시장에 사도세자(1735∼1762)의 죽음을 상징하는 뒤주를 놓을지 고민 중”이라고 하자 구체적인 맥락까지 제시한 것. 반대로 “전시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박물관은 시민 10명을 초청해 전시 프리뷰(사전 공개) 행사를 열었다. 아직 전시장이 모두 꾸려지기 전이지만, 박물관은 지난달 19일부터 5일간 시민 총 50명을 대상으로 전시 유물과 구성을 자료화면으로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박물관 직원들 사이에서만 이뤄지던 프리뷰를 일반 시민 대상으로 한 건 처음이다. 2시간 동안의 프리뷰를 마친 뒤 시민들은 다채로운 조언을 내놨다.

이날 행사는 그동안 박물관과 미술관이 공급자 중심으로 일반 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를 해왔다는 자성에서 비롯됐다. 이 연구관은 “영·정조 시기 탕평(蕩平) 정치에 밑받침이 되는 왕의 글과 그림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자칫 난해해질 수 있다”며 “전시 구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미리 받아 더 쉬운 전시를 만들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연구관은 “시민의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해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관람객의 의견을 반영해 이용자 중심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은 미술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의 의견을 듣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 서울 관악구 남서울미술관은 장애인 10여 명을 초청해 미술관 건물의 계단과 잔디, 비(非)장애인 중심의 설명문으로 인한 불편에 대해 의견을 듣고 미술관 입구에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경사로를 짓는 등 개선책을 내놨다. 내년 12월 완공되는 서서울미술관도 사전에 장애인 등을 초청해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이성민 서울시 문화본부 학예연구사는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기존 미술관의 한계를 분석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