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일본 IP로 中 집중응원 비회원 무제한 클릭에 조작 취약 “우회접속-매크로 통해 여론 왜곡” 정부, 범부처TF 꾸려 대응하기로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1일 한국-중국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포털 다음에서 진행된 ‘클릭 응원’의 3분의 2가 해외 특정 인터넷주소(IP주소) 2개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크로(반복 자동 수행) 프로그램을 이용해 응원 수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한 정부는 여러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는 4일 축구 8강전의 클릭 응원 수 약 3130만 건의 IP주소를 분석한 자료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보고했다. 분석 내용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일본이 각각 출처인 IP주소 2개의 클릭 응원 수만 1988만 건으로 전체의 63.5%에 달했다. 2개 IP주소를 제외한 나머지 해외 IP주소 271개의 클릭 응원은 4만 건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는 5318개 IP주소에서 301만 건(9.6%)의 클릭이 이뤄졌다.
네덜란드와 일본 출처의 2개 IP주소는 축구 8강전이 끝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2일 0시 30분부터 낮까지 중국 팀 응원을 집중적으로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가 클릭 응원 기능을 폐쇄한 2일 오후 5시경 기준으로 중국 팀 응원 수는 2919만 건(93.3%)까지 불어나 211만 건인 한국 팀(6.7%)을 압도했다. 방통위와 카카오는 일부 이용자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응원 수를 조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일각에선 특정 국내 이용자가 VPN을 활용해 네덜란드와 일본 IP주소로 클릭 응원 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2일 0시 38분경 ‘축구 응원 주작(조작) 중’이라는 게시글과 함께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보이는 화면 이미지를 띄운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덜란드와 일본 IP주소를 통해 클릭 응원 수가 급증한 시간대와 일치한다. 4일 오후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클릭 응원 수 이상 현상은 서비스 취지를 훼손하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라며 “자체 분석 결과와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의심 정황 등을 모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은 사건이 정식으로 배당되면 엄정하게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해외 세력의 국내 주요 안보 이슈에 대한 여론 조작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시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