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학 만점 속출에 최상위권 변별력 약화… “수능 국어가 좌우할 듯”

입력 | 2023-10-05 03:00:00

[9월 모의평가 성적 발표]
‘킬러 문항 첫 배제’ 9월 모평 분석




“수학 영역의 최상위권 변별력이 완전히 무력화됐다. 올해 입시에서 의대에 가려면 이제라도 까다로운 문학 문제 학습량을 늘리고, 표준점수 받기 유리한 과학탐구Ⅱ를 무조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43일 앞둔 4일,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소속 장지환 배제고 교사는 이같이 분석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서울대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에서 변별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능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는 대입 정시에서는 원래 수학 성적이 가장 중요했지만, 이번 9월 모의평가 기조가 반영된다면 국어 성적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 ‘물 수학’에 국어-과학탐구 중요성 커져

교육계에서는 그동안 최상위권 수험생을 변별해온 수학의 난도가 확 내려가면서 의대와 서울대 진학의 당락을 가를 과목이 다른 과목으로 대체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9월 모의평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 득점자는 2520명(0.68%)이다. 이는 수학의 세 가지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분과 적분, 기하) 중 미적분에 응시한 이과생들로 추정된다. 기하와 확률과 통계는 과목 특성상 미적분보다 쉽기 때문에 평균 점수가 높다. 만점을 받아도 미적분만큼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나오지 않는다. 표준점수는 평균 점수가 낮을수록 높아진다.

이번 모의평가 수학 만점자는 6월 모의평가(648명)의 약 4배, 지난해 수능(934명)의 2.7배다. 여기에는 확률과 통계, 기하 응시생이 제외됐기 때문에 실제 수학 만점자 수는 더 많다. 수학 응시생 중 만점자 비율(0.68%)도 2022학년도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된 이후 평가원이 주관한 총 8차례 모의평가, 수능 중 가장 높다. 수학이 그만큼 쉬웠다는 얘기다.

입시 전문가들은 4점짜리 주관식 문항이 쉽게 출제돼 최상위권 변별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6월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밝히면서 여러 개념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 까다로운 문제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 등을 사례로 제시했고, 출제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항이 사라지자 최상위권에서 만점자가 속출한 것이다.

● 국어는 ‘문학 준킬러’가 난도 높여

반면 국어는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이 확보됐다.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2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과 올 6월 모의평가(136점)에 비해 올랐다. 만점자 비율도 전체 응시자의 0.04%로 6월(0.39%)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목했던 비문학의 킬러 문항이 빠진 대신 문학에서 선택지가 까다로운 문항이 다수 출제되면서 난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는 2점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11점이었다. 그간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에 비해, 국어를 잘하는 문과생이 입시에서 다소 불리했는데 이런 구도가 조금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상위권 학과에 대거 진학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 현상도 다소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영어는 매우 어렵게 출제됐다. 1등급 비율이 4.37%로,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7.83%였다. EBS 교재와 연계된 지문이 많았지만 선택지가 까다로워 정답률이 낮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상대평가 1등급 비율이 4%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도입한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 고난도 문항을 따로 대비해야 할 정도로 어렵게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어 난도가 높아지면 현역 고3 재학생에게 불리하다. 장 교사는 “이 정도 난도라면 수시 모집에 지원한 재학생들이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못 맞춰 불합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