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고’ 덮친 한국경제] 엔-달러 환율 1년만에 150선 돌파 한-일 성장률 25년만에 역전 위기
고금리-고물가 등 악재가 산적한 한국 경제는 ‘슈퍼 엔저’라는 또 하나의 복병을 마주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주요국의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한국 수출기업에 고민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0.16엔까지 올랐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건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이다. 원-엔 환율도 올해 초 100엔당 950원대에서 움직였지만 지난달 800원대로 하락한 뒤 최근에는 900원 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강달러 현상으로 한일 양국의 통화 가치가 모두 하락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원화보다 더 가파른 것이다.
이 같은 기록적 엔저 현상은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한국에 마이너스 효과를 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간 제조업 수출경합도(수출 구조의 유사성 정도)는 69.2로 미국(68.5), 중국(56.0)에 비해 높다. 특히 자동차, 전기·전자 등 일본과 경합하는 주력 수출 제품은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또 엔저 현상으로 관광객들이 일본에 몰리면서, 한국의 7월 여행수지 적자는 14억3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적자 폭이 두 배가량 늘어났다.
김승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엔저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기업들이 다른 수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