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영변원자로 가동 일시중단 포착 北 핵탄두 생산확대 본격화 가능성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38노스 홈페이지
최근 북한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 원자로의 활동이 일시 중단된 징후를 한미 정보 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당국은 핵무기용 플루토늄(Pu)을 추출하기 위한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 정황일 수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 중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부터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대와 무기급 핵물질의 생산 확대를 지시해온 만큼 이를 위한 재처리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당국은 다양한 정찰자산을 통해 지난달 하순경 영변의 5MW 원자로의 가동이 일시 중단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 원자로는 2021년 7월 재가동이 확인된 뒤 활발한 가동 징후가 미 정찰위성 등에 포착됐지만 9월 하순 들어 이런 움직임이 멈췄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한미 당국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기 위한 재처리 작업 징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재처리 작업은 원자로 가동을 수주 이상 일시 중단한 뒤 원자로 안의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을 꺼내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기고 화학 공정을 거쳐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통화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金 “핵물질 늘려라” 지시 이후… 플루토늄 추출 본격화한 듯
北, 플루토늄 추출 정황
영변 핵시설의 5MW 원자로는 북한의 유일한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 거점이다. 원자로 활동을 일시 중지한 뒤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 과정을 거치면 고순도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영변 5MW 원자로의 사용후 핵연료로 매년 6∼8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7월부터 다시 가동을 시작해 2년여간 가동을 지속해온 만큼 12∼16kg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15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파괴력)급 핵폭탄 3∼4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북한의 핵기술이 고도화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론 더 많은 양의 핵탄두 제작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북한에선 앞서 4월에도 영변의 5MW 원자로가 수주에 걸쳐 가동이 중단된 정황이 민간위성에 포착됐고, 당시에도 재처리 준비 징후란 관측이 나왔다. 5MW 원자로는 과거에도 활동을 멈춘 전례가 있지만 보통 수일 동안 멈췄을 땐 시설 유지·보수 차원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수주 넘게 가동이 중단되면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꺼내어 재처리하기 위한 징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핵무력 고도화를 헌법에 상세하게 명시한 북한이 핵물질 생산 징후까지 한국과 미국에 보란 듯 노출한 것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기류에 편승해 노골적으로 핵무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 2차례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에 대한 확실한 기술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 등 더 강력한 도발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