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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공격 못 이겨…러 함정들, 본토 항구로 철수

입력 | 2023-10-05 09:53:00

1783년 이래 주둔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서방 지원 미사일 공격 금지된 러 본토 항구로
우크라 자체 개발 드론으로 러 본토 항구 공격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러시아 흑해 함대가 크름반도의 세바스토폴 해군 기지에서 잠수함과 프리기트함 등을 러시아 본토의 항구로 옮겼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함정 이동이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장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3척의 공격 잠수함과 2척의 프리기트함을 세바스토폴에서 러시아 및 크름반도의 다른 지역으로 옮긴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된다.

이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점령한 이래 처음으로 후퇴한 주목할 사건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후유증으로 1783년 카트리나 여제 시절부터 러시아가 장악해온 세바스토폴항에서 함정을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몇 주 동안 세바스토폴을 공격해 흑해함대 사령부와 러시아 함정들을 파괴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한 미사일로 공격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함정을 다른 항구로 옮긴 것이 전황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전망이다. 이들 함정에서 여전히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의 전력 시설들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이미 흑해 함대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를 차단하고 곡물수출항로를 개척한 상태다. 그러나 흑해 함대의 크름반도 철수는 대반격전에 나섰으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크게 북돋을 수 있다.

플래닛 랩스 상업 위성이 지난 1일 촬영한 영상에서 흑해함대 함정 여러 척이 흑해상 러시아 항구인 노보로시스크로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함대 소속 공격 잠수함 3척이 모두 이동했고 2척의 프리기트 미사일 함정과 정찰함도 이동했다. 대형 상륙함 1척과 소형 미사일 함정 여러 척, 신형 소해함은 크름반도 동쪽 끝에 있는 페오도시야항으로 이동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주력 함정들을 본토의 노보로시스크항으로 이동한 것은 서방이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면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자체 개발한 드론 함정으로 연초 노보로시스크항을 공격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해군은 페오도시야항 입구에 그물망을 설치하고 바지선을 배치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함정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 최대 항구 오데사항을 점령하려고 시도했으나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밀려 실패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에 흑해 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함이 침몰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군 정보국 특수부대가 러시아 점령 크름반도에 상륙해 활동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7월 러시아가 곡물수출협정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항구 등을 공격하기 시작하자 흑해 함대에 대한 공격을 크게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 흑해 함대의 작전 능력이 크게 위축돼 왔다.

나탈리아 흐메뉵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4일 우크라이나가 흑해의 최전선을 우크라이나 해안선에서 100 해리(약 185 km) 이상 뒤로 물렸다고 밝혔다. 러시아 함정들이 크름반도 서쪽 끝의 타르칸쿠트곶 너머로 진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흑해 함대는 모든 군함의 흑해 진입을 차단하는 튀르키예 때문에 흑해에서 해군력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일부 제해권을 장악하면서 곡물수출협정 중단으로 잠시 멈췄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재개되는 등 경제적 효과도 크다. 새 항로는 우크라이나 해군이 경비하는 우크라이나 영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영해를 통과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