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전경. 전주시는 올해 야구장 철거를 마무리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육상경기장을 모두 해체한 뒤 ‘마이스 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전주시 제공
전북을 대표하는 도시를 꼽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전주를 꼽는다. 전주는 전북 교육·행정·경제의 중심이다. 177만 전북도민 가운데 36%인 64만여 명이 산다. 이런 전주에는 컨벤션센터가 없다. 대형 행사를 위해 매번 막대한 돈을 들여 임시시설을 짓고 부순다.
2000년대 초 컨벤션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2004년 컨벤션 복합 시설 지구 기본구상 정책연구 용역이 진행됐다. 컨벤션센터를 만들기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 것이다. 전북도는 이듬해인 2005년 12월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주시에 무상으로 넘겼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당시 국비와 시비를 활용해 컨벤션센터 건립 시기에 맞춰 종합경기장 내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철거하고, 전주시 덕진구 장동에 있는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대체 시설을 짓는 이행 각서를 썼다. 2007년에는 주거 용지던 종합경기장 부지를 상업용지로 변경했다.
하지만 컨벤션센터 건립 사업은 순항하지 못했다. 국비와 시비로 짓기로 했던 애초 계획은 2010년 4월 민자 사업으로 변경됐다. 전주시가 민간사업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움직였지만, 수익성이 없어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2012년 6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롯데쇼핑을 개발사업자로 선정했고, 같은 해 12월 협약을 체결했다. 사업 추진 10년 만에 전주종합경기장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전주시민들은 지지부진했던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이 바뀌었고, 새로운 시장은 지역 상권 붕괴 등을 이유로 애초 계획을 보류했다. 대신 전주종합경기장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도심 속 시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시민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전주종합경기장을 전주시민의 생활환경 향상과 지역경제를 위해 문화·예술 등을 접목한 도시 재생, 숲속 공원, 광장으로 조성해 아이들에게 남겨주겠다고 했다. 전주시는 롯데쇼핑에 협약 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해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발했고, 갈등이 이어졌다. 종합경기장 개발은 또다시 표류했고, 시민들은 지쳐갔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있는 전주종합경기장 내 야구장에 대한 철거공사 모습. 전주시는 이곳에 전주시립미술관과 한국문화원형 콘텐트 체험·전시관을 지을 예정이다.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새로운 계획을 담은 ‘종합경기장 이전 및 복합단지 개발 사업 변경 계획 동의안’을 전주시의회에 제출했고, 시의회는 지난달 이 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전체 부지 12만715㎡의 53%(6만3786㎡)를 롯데쇼핑에 넘겨주는 기부 대양여 방식에서 27%(3만3000㎡)를 대물로 변제하는 대물 변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전시컨벤션센터 사업비 3000억 원 중 민간 자본은 2000억 원, 시는 1000억 원 부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은 침체한 구 도심 지역의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전주시는 올해 철거를 완료한 야구장에 이어 종합경기장 내 육상경기장을 내년 말까지 철거할 예정이다. 여러 우려와 달리 계획에만 머물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박영민 기자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