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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중한 뿌리”…‘훈민정음’ 해례본·언해본 최초 동시 복간

입력 | 2023-10-05 13:01:00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글 창제 580주년 기념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언해본 동시 최초 복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가 해례본과 언해본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23.10.5/뉴스1 

그동안 모사본과 영인본으로만 유통되던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이 원본과 똑같은 모습으로 간행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 사실을 알린 뒤 정인지 등 학자들과 창제 목적과 글자의 원리, 사용법 등을 설명한 한문 해설서다. 해례본을 한글로 풀이한 언해본도 이번에 최초로 복간된다.

훈민정음 해례본 소장자인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가온누리출판사는 5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출간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를 더 가까이 체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글 창제 580주년, 한글의 제자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해례본이 반포된 지 577년 되는 해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우리 말과 글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훈민정음과 관련한 문헌을 모두 불태우거나 훼손했다. 일본 어용학자들은 한글의 제자 원리를 두고 몽골 문자를 본떴다거나, 세종대왕이 화장실이나 문고리, 창호지 등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언어라고 깎아내렸다. 국어학자들은 이에 대해 정확한 문헌적 근거가 없어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의 내용을 밝히는 기사가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했다. 소문과 추측만 무성했던 해례본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그는 수소문 끝에 당시 기와집 수십 채에 해당하는 돈을 주고 해례본을 구입했다. 해례본은 현재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이번 복간을 통해 나라의 보물을 국민과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복간사업은 간송미술관에 보관되고 있는 해례본을 정밀한 고증과 작업을 거쳐 현 상태 그대로 재현한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글 창제 580주년 기념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언해본 동시 최초 복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2023.10.5/뉴스1 

지난 2015년 교보문고에서 1차 복간본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언해본과 함께 복간돼 의미를 더했다. 또 훈민정음학 학자인 김슬옹 한국외대 교육대학원 객원교수(세종국어문화원장)가 직접 집필한 한글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의 탄생과 역사’가 함께 출판된다.

이번 복간은 한글날에 맞춰 진행된다. 제작과 판매는 도서출판 가온누리가 담당하며 이달부터 전국 서점에서 판매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이 일생 온 힘을 다해 문화재를 지킨 것은 우리 민족에게 이처럼 훌륭한 문화와 역사가 있다는 자긍심과 자신감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중에서도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정신이 온전히 집결된 한글의 뿌리가 되어준 ‘훈민정음’을 국민께서 직접 접하실 수 있도록 출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가온누리의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보다 좋은 책으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가온누리의 신념은 글을 몰라 어려운 삶을 살던 백성들을 위해 새로운 글자를 만든 세종의 신념과 그 궤를 같이한다”며 “민족의 뿌리가 언어에서 오듯 ‘훈민정음’ 해례본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소중한 뿌리”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