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관계자들이 7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 정상화를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9.7/뉴스1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진료비(공단 급여비+본인 부담금)는 직전 연도보다 9.5% 증가한 102조4277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늘면서 노인 진료비가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시행되며 전체 진료비는 2012년 47조8312억원에서 2022년 102조4277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도 앞둔 터라 전체 진료비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은 조만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건보 재정은 2021년 2조8229억원, 2022년 3조629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도 1조9846억원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2030년 중기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 당기 수지 적자 규모는 2024년 4조8000억원, 2025년 7조2000억원, 2028년 8조4000억원, 2030년 13조5000억원 등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2024년도 건강보험료율 동결을 결정했던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보건복지부 제공)
그렇다고 건강보험료를 많이 거두기에도 한계가 있다. 국민 부담은 물론 법적으로 보험료율 상한이 정해져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료율을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상한선에 근접한 7.09%다. 이에 정부는 국민 부담 최소화 차원에서 2024년도 보험료율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이같은 건보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정부의 국고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법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의 건보료 예상 수입액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 이 지원금은 일반회계에서 14%,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건강증진 기금 6%로 각각 충당한다.
정부는 내년 국고지원금을 올해보다 1조4582억원 많은 12조4284억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증액이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40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 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가 법정 기준대로 지급하지 않은 돈만 32조원”이라며 “건강보험 재정을 염려한다면 정부 지원 미지급금부터 지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건보노조)도 “정작 국민은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으나 국가가 건강보험 정부 지원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올해 지원될 정부지원금이 9월 말까지 한 푼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지원을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언약은 없다”며 “정부지원금은 즉각 지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예산 규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향후 국고지원 확대를 위해 재정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건보 재정 누수를 막는 방안으로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 급여화 항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외국인 등의 가입자격을 정비하는 등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연말까지 건보재정 지속성을 담은 제2차 건강보험종합계획(2024~2028년)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