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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예금금리 9개월만에 4%대로… 대출금리 자극 우려

입력 | 2023-10-06 03:00:00

예금금리 추가인상 기대감 커져
대기성 요구불예금 한달새 10조↑
2금융권도 수신금리 줄줄이 올려
당국 “과도한 수신경쟁 차단” 대응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끌어모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만기 12개월)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다시 예금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가 9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고, 향후 예금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한 달 새 10조 원 넘게 급증했다.

5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0∼4.05%로 나타났다. 이날 하나은행을 마지막으로 예금 금리가 모두 4%대로 올라섰다. 5대 은행 예금 금리는 한 달 전(연 3.65∼3.70%)보다 0.35%포인트 상승했다.

제2금융권도 수신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12개월 만기 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4.20%로, 두 달 전인 8월 초(4.03%)보다 0.17%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새마을금고의 일부 지점에서 판매한 최고 연 5.8% 금리의 정기예금 특판 상품은 조기에 완판되기도 했다.

최근 금융권이 예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100조 원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높여 자금을 확보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시장 금리도 오르는 추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진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자금 조달 비용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예·적금 상품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소비자들은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08조1349억 원으로 전월(597조9651억 원) 대비 10조1698억 원 급증했다. 이들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7월(―23조4239억 원), 8월(―2조4841억 원) 두 달 연속 감소하다가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 예·적금은 물론이고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같은 기간 정기예금 잔액이 3월 이후 6개월 만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수신 경쟁으로 예금 금리가 꿈틀대면 대출 금리가 따라 오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은행이 취급한 수신상품 금리의 변동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올해 5월 이후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는 등 과도한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 회의에서 “연말 정기예금 만기 집중에 따른 ‘머니무브’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위기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자금수급 계획을 재점검하고, 자산경쟁 차원의 고금리 자금 조달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하라”고 당부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