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평생 한 가지 일만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젊은 직장인이나 경력 보유 여성들은 적성에 맞는 유망 직종을 찾아 옮겨 다니거나 창업에 나선다. 은퇴자들 중에도 굴착기운전기능사 반려동물관리사 등 미리 따둔 자격증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그동안 쌓아온 전문지식으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재취업해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리스타트, 인생 2모작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배경에는 기술의 발달로 직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직무 중심으로 고용 패턴이 바뀐 데다 수시채용이 상시화한 변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법정 정년인 60세를 채우는 경우는 드물고 실제로는 평균 49세가 되면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 형식으로 비자발적 퇴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한 요즘 신중년은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며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3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15%)의 2배 이상이고 초고령사회인 일본(25.1%)보다도 높았다.
오래도록 일손을 놓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노인 빈곤율은 소득과 자산을 다 따져도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은퇴 후 연금을 받는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 크레바스’(소득 공백)를 견뎌야 하고, 65세가 돼서도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 연금을 받는 비율은 60%가 안 된다. 다행히 일하는 노년일수록 삶의 질이 좋다고 한다. 일하는 노인들이 일하지 않는 동년배보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