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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기 땅에 도로 내고, 친구에게 용역 주고… 기막힌 토착 비리

입력 | 2023-10-05 23:57:00


행정안전부가 16개 광역시·도와 함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벌인 특별감찰 결과를 내놨다. 3월부터 100일간 진행된 감찰에서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하는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331명이 적발됐다. 행안부는 이 중 43명을 파면·해임·강등 등 중징계 대상으로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고, 11명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북의 한 시청 국장급 공무원은 지난해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땅 옆의 농로를 포장하도록 면사무소 건설담당 공무원에게 20차례 전화를 걸어 압박했다가 적발됐다. 지자체 예산 수천만 원을 들여 자기 땅값을 올리려 한 것이다. 충남의 한 시청 팀장은 14억 원짜리 용역사업을 발주하면서 평가기준 등 비공개 정보를 고향 친구가 운영하는 업체에 흘려줘 사업을 낙찰받게 했다. 그 대가로 괌, 제주도 골프여행 경비 200여만 원을 챙겼다고 한다. 공무원의 직위를 사적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도의 한 시청 공무원은 작년 5월 같은 시 산하기관 임원 출신 인사가 갖고 있는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땅 용도를 바꿔줬다가 적발됐다. 간이 숙박시설만 세울 수 있는 땅에 집을 지을 수 있게 해준 특혜다. 강원도에선 한 전직 시장이 관광지를 조성하면서 상급기관인 도의 경관심의를 받지 않기 위해 해당 사업 부지를 잘게 쪼개 건건이 시가 직접 인허가를 내준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30년이 넘게 지나면서 많은 권한과 예산이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이전됐다. 하지만 지방 공무원들의 청렴도와 준법의식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번 감찰 결과는 보여준다.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업무 감찰을 강화하고, 부정부패가 드러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엄격히 적용해 지방 공무원의 윤리의식을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