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일상으로, 공간복지]〈7〉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거주자-택배 차량 등 통행 최소화… 보행자-자전거 중심 거리로 조성 차량 속도도 시속 10km로 제한 사고 79%-대기오염원 25% 줄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산안토니 지역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가 ‘슈퍼블록’으로 지정된 후 보행자 전용 도로로 탈바꿈했다. 바르셀로나=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중심인 카탈루냐 광장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포블레노우 지역. 이 지역에선 왕복 4차로 중 1개 차로에만 자동차가 다니고 나머지 3개 차로에는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는 생소한 광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교차로 중심부에는 알록달록한 색감의 놀이터와 벤치 등이 조성돼 있었는데 보행자 중심으로 설계된 이른바 ‘슈퍼블록’ 구역이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루벤 씨(32)는 “차가 사라진 자리에서 아이들은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음악 감상을 한다. 1개 차로에서 차가 다니긴 하지만 시민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 거주자와 공공서비스 차량만 통행 가능
슈퍼블록을 하늘에서 찍은 사진. 슈퍼블록 주변에 녹지가 풍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시 제공
● 교통사고 줄고, 대기오염 감소
슈퍼블록에선 도로 한가운데 자전거와 보행자가 다니고 양옆에 트램과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배치돼 있다. 자동차는 거주자 차량과 구급차 등 공공 서비스 차량만 통행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슈퍼블록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건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슈퍼블록으로 지정된 산안토니 지구의 경우 지정 전후 1년을 비교한 결과 교통사고가 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르셀로나 공중보건국(ASPB)에 따르면 대기 오염원인 이산화질소 수치도 25% 감소했다. 전체 면적 대비 녹지 비율은 슈퍼블록 지정 전에는 0.6%에 불과했지만 지정 후 35.8%로 급증했다.
슈퍼블록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차량이 줄고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변 상점 매출이 오르는 것이다. 산안토니 지구에서 과일을 팔던 알다노 씨(48)는 “슈퍼블록으로 지정된 뒤 가게 매출이 약 30% 올랐다”고 했다.
다만 슈퍼블록 일부에선 통행에 지장을 받는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노숙인 증가 등의 우려도 나온다. 바르셀로나시 슈퍼블록 담당자는 “시민들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