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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카시 해임’ 본 정치권 “개딸-극우 유튜버에 휘둘려선 안돼”

입력 | 2023-10-06 03:00:00

與도 野도 ‘극단 정치’ 우려 목소리
野내부 “특정인 무조건 옹호하며, 동료 의원들을 적으로 돌려”
與내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면, 중도-부동층 표심과 멀어질수도”




미국 공화당 내 우익 초강경파 의원 8명 주도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미 하원이 혼란에 빠지자, 국내 정치권에도 소수의 강경 지지층에 기댄 극단적 강성 정치에 대한 경고와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가결파 색출 작업이 이어지는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만 바라보는 강경파 의원들이 주도하는 과도한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극우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갈등으로 내홍을 겪은 국민의힘도 극우 유튜버 등으로 대변되는 강성 지지층과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한 가운데 중도층 표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당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野 “개딸만 보며 동료 의원 적으로 돌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5일 BBS 라디오에서 미국의 하원의장 공백 사태를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는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알고리즘에 중독돼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고 자기들끼리만 뭉치는 정치적 부족주의에 완전히 매몰돼 있다. 그래서 생각이 다른 사람은 완전히 악의 집단으로 치부한다”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역시 극우 또는 극좌 유튜버들이 존재하고 강성 지지층은 ‘레거시 미디어’(전통 매체)를 믿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압박의 수위는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68명의 ‘친명’ 정도를 구분한 ‘수박(겉으론 더불어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 당도 감별 사이트’를 개설하는가 하면, 이들에게 욕설과 악성 댓글을 넘어 살인 협박까지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개딸에 기댄 팬덤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며 “특정인을 무조건 옹호하면서 동료 의원들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 편 아니면 적’이란 극단적인 이분법 속 SNS를 통한 허위 정보도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비명계인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만나 2선 후퇴를 요구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가 박 전 원내대표에게 가짜뉴스를 퍼뜨린 것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 입맛에 맞춰 의원들도 강성으로 돌변하고 있다”며 “이를 중재시켜야 할 지도부가 앞장서 가결파를 숙청한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했다.



● 與 “극우 유튜버 등에게 휘둘려 중도층서 멀어져”
국민의힘 내에서도 극우 유튜버 등 강성 지지층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중도층이나 부동층 표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광훈 목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목사 손아귀에 놀아나면 안 된다”는 당 중진들의 지적까지 나왔다. 전 목사는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공천 주지 말라”며 국민의힘에 공천권 폐지를 요구하고 당원 가입 운동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 관계자는 “극단적인 정치 현상을 걸러주는 게 정당의 역할인 만큼 중도층을 안기 위해서라도 타협할 수 없는 극단에 있는 지지층은 읍참마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당이 극단의 지지층만 생각하다 보니 여야 협상마저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상대에게 양보하는 순간 지지자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 대신 자신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오롯이 정책이나 가치를 바탕으로 다투고 경쟁해야 정치 혐오를 부르는 현재의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