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경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 “강돌로 기단 만든뒤 흙 쌓는 기법 中과 다른 고구려 특유의 축조법”
2017∼2022년 중국 지린성 ‘구청춘(古城村) 2호 사원지’에서 발굴된 팔각형 유구. 고구려 양식의 목탑지로, 발해가 고구려의 불교 문화를 계승한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 중국문물보(中國文物報)
2017∼2022년 중국 지린성 ‘구청춘(古城村) 2호 사원지’에서 발굴된 팔각형 유구가 “고구려의 불교 문화를 계승한 발해 팔각목탑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까지 팔각목탑지는 평양의 정릉사지(定陵寺址)를 비롯한 고구려 절터에서 주로 확인돼 왔다. 이 때문에 국내 학계에선 이 유적이 발해의 불교 문화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입증할 핵심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유구는 지금까지 발굴을 통해 드러난 유일한 발해 목탑지다.
양은경 부산대 고고학과 교수는 지난달 21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 고대 사원의 최신 발굴 성과 및 새로운 이해’에서 ‘발해 팔각건물지의 구조와 계통’을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구청춘 2호 사원지 발굴조사를 주도한 중국 지린성문물고고연구소(吉林省文物考古硏究所)에 따르면 이 유구는 한 변 길이 약 7m, 지름 약 20.3m 규모다. 평면이 8각형 구조로 조성된 이 유구의 기단은 토성혼축(土城混築) 방식으로 조성됐다. 이 방식은 강돌로 기단을 만든 뒤 흙을 쌓는 고구려의 대표적인 축조 기법이다. 흙으로만 쌓아 올린 토축(土築) 기법으로 조성된 중국 당나라 건물지와는 구별된다. 양 교수는 “탑의 상단부가 소실돼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하단 기초부의 배치와 구조, 축조 기법만으로 고구려 팔각목탑지와의 유사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지린성문물고고연구소 역시 처음엔 이 팔각형 유구를 불전으로 봤으나, 지난해 발굴 성과 보고회에서 팔각목탑지로 수정했다.
이 절터는 발해 왕실과 관련된 격 높은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왕실 기와를 만들 때 쓰였던 녹유(綠釉·유약의 일종) 기법으로 제작된 기와와 일부 왕실급 불교 유물이 출토된 까닭이다. 사원지에서 서쪽으로 약 100m 거리엔 발해 시기 성으로 쓰였던 온특혁부성(溫特赫部城)이, 동북쪽으로 4㎞ 거리엔 발해의 도성 팔련성(八連城)이 자리한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절터에선 팔각목탑지뿐 아니라 불전과 강당 등 8개 유구가 확인돼 발해 절터로는 최초로 가람의 배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트 모양이 뒤집한 것처럼 생긴 ‘연화문(연꽃무늬) 수막새’도 대거 나왔다. 이는 대표적인 발해 기와 양식으로 꼽혀 학계에선 이 유적을 발해 사찰로 본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