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애먼 선거다.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전 구청장이 또 출마한 것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5월 대법원 유죄 판결로 자리에서 내려온 선출직 공직자가 석 달 만에 광복절 사면복권을 받고, 두 달 뒤에 바로 그 자리로 보선 공천을 받는것도 전례가 없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왼쪽)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청와대’는 가만있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흑석거사 맞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 김의겸이다)은 그때도 허랑방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더불어 호기롭게 김태우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했고 2023년 마침내 ‘김명수 대법원’은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을 박탈했던 거다.
● 강성 좌파 대법관의 “유죄 확정”
김태우의 공익제보는 거짓이 아니었다. 조국은 유재수 당시 부산 경제부시장의 뇌물수수 감찰 무마가 사실로 인정돼 지난 2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의 주인공 유재수는 3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김태우가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도 진짜였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2021년 1심에서 법정구속 됐다. 2020년 7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장관 재판에 김태우 당시 청와대 감찰실 감찰반원이 증인으로 출석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겨 있다. 동아일보DB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청와대 감찰반원 재직 중 폭로한 각종 비위 내용. 동아일보 2018년 12월 20일 지면에서 발췌.
● 김태우 사면은 윤 대통령의 승부수
아무리 사법부 판결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그래서 김명수 사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거다. 공무원들은 정권 비리를 보고도 입 닫고 있어야 몸보신할 수 있다고 사법부는 땅땅땅 방망이를 두드렸다. 입법부, 행정부는 물론이고 사법부까지, 그렇게 삼권분립을,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대통령이 문재인이다. 그래서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은, 이미 끝장났지만 징글맞게도 흔적을 남기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김명수 대법원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얘기다.(물론 김태우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기록해 둔다. 대법원은 “범행동기도 좋지 않다”고 적시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김태우가 업자 접대를 받아 감찰받던 중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다며 ‘미꾸라지’라고 했다. 헹. 그렇게 치면 개인 비리로 인한 구속 수사를 막으려 대선에서 지자마자 보선에 나서고, 당 대표로 나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왕미꾸라지인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8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모습.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이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뉴스1
●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심판을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김명수 대법원을 심판해달라는 주장은, 강서구 주민에게 과한 요구일 수 있다. 먹고사는 일과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의 이른바 진보(지겹다. 쉽게 말해 좌파)는 호남을 성지(聖地)로 여긴다. 강서구는 호남 지역세가 강한 곳이다. ‘민주당 식민지’처럼 살아온 광주에 괜찮은 쇼핑몰 하나 있던가? 민주당 구청장을 16년씩이나 모신 강서구는 광주와 얼마나 다른가. 하다못해 바로 옆 양천구나 마포구만큼 발전했는가 말이다. 이번이 변화할 수 있는 획기적 기회라면, 잡을 만하지 않은가.지난달 22일 퇴임한 김명수 전 대법원장(오른쪽)이 퇴임식에서 대법원 관계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인근에서 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중이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캠프의 선거운동원을 우산으로 위협하던 시민. 김태우 후보 캠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