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사라지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그제 오후 10시 50분 일시 정회가 선포된 뒤 청문회장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권인숙 여성가족위원장은 어제 이틀째 청문회를 열었으나 여당 의원들은 “합의한 적 없다”며 불참했고, 김 후보자는 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청문회 파행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의정사에 청문회 도중 ‘후보자 실종’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주가조작 논란이 발단이었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회사에 후보자가 한때 사외이사로 등록됐다는 점을 야당이 지적하자 후보자는 “알지 못하는 일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차라리 고발하라”며 반박했다. 공방이 반복되자 권 위원장은 “그런 태도를 유지할 거면 본인이 사퇴를 하든가”라고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원장은 중립을 지키라”며 퇴장했다. 고성 속에 “10분간 정회”가 선포되자 김 후보자는 자료를 챙겨 떠났다. 청문회는 다시 열렸지만 후보자 없이 오전 1시가 넘어 끝났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 절차를 끝까지 마무리하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타당했는지와는 별개로 국회 청문회라는 제도와 절차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국무위원 후보자의 기본에 속한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파행 이튿날인 어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여가부 폐지를 두고 “드라마틱하게 엑시트(극적인 부 폐지)” 하겠다고 했는데, 청문회장 이탈이야말로 드라마틱한 엑시트(전에 없던 중도 이탈)라 해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닌가.
▷이번 청문회 파행으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자료를 충실히 내지 않았고, 의원들 질문에는 동문서답과 긴 설명으로 피해 갔다. 의원들끼리의 고성과 말싸움도 빠지지 않았다. 청문보고서 채택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채 장관급으로 임명된 인사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만 17명이다. 그러다 여야 대치 끝에 청문회 중도 포기라는 초유의 일까지 봐야 하는 지경이 됐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