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최고로 상승하며 상승률이 4%에 육박했다. 국제유가 상승에 기후 요인으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 인상이 겹친 탓이다. 이에 따라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물가가 안정될 것이란 정부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잠잠해지는 듯하다가도 물가가 다시 불안해지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9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었던 물가는 올해 7월 2.3%까지 상승 폭을 줄였지만 8월 3.4%에 이어 상승 폭을 더 키웠다. 144개 주요 품목만 보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4.4%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더 심각하다. 제일 큰 이유는 국제유가 급등이다. 두바이유 기준 평균 유가는 지난달 93.1달러로 100달러를 넘봤다. 작황이 나쁜 농산물 값도 7.2% 올랐다.
정부 눈치만 보던 기업들은 더 이상 원자재, 인건비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오비맥주가 곧 맥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6.9% 올리기로 했고, 우유 값은 이달 초부터 이미 3∼4%씩 인상됐다. 우유를 재료로 쓰는 빵, 아이스크림 등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유럽연합(EU)보다 인플레에서 빨리 탈출한 것처럼 보이던 한국에 ‘2차 인플레 쇼크’가 닥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기적인 인플레에는 정부의 가격 통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질기게, 오래 이어지는 인플레는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물가 당국이 개별 업종, 기업에 가격 동결을 압박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은 중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기요금,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해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개선하는 등 고물가가 ‘뉴 노멀’이 된 경제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