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재적 298인, 총투표수 295표, 가 118표, 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어제 부결됐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정기승 이후 두 번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투표에 임했다. 의원들의 자율 투표에 맡겨야 할 사안을 당론으로 부결시킨 야당의 행태나 그 결과 사법부 수장 장기 공백 사태가 벌어진 것은 유감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 또한 어느 공직자보다 높은 도덕성과 역량이 요구되는 대법원장으로서 최선의 후보자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후보자는 가족이 보유한 10억 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3년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다. 주식 배당금으로 10년간 3억3000만 원을 받고도 재산신고는 하지 않았다. 오랜 법관 경력을 가진 사람의 ‘몰랐다’는 해명은 설혹 사실이라 하더라도 와 닿지 않는다. 이 후보자의 아들은 대학 1학년 때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을 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이 인턴이 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 고쳐 매는 일도 삼가야 한다.
이 후보자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고등부장 승진제 폐지 등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시행된 제도에 각을 세우는 데 치중했을 뿐 그런 제도 도입의 원인이 된 사법 행정의 관료화를 막으면서 재판의 공정성과 신속성을 이끌어낼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상고심 사건의 신속 처리를 위해 대법관 수를 8명 이상 증원한다는 계획도 관건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법원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실행력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자성해야 한다. 야당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할 때 오히려 더 야당과 대립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덕성이 높고, 전임자들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할 새 후보자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 그와 함께 야당을 설득할 정치력 또한 사법부 기능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함을 잊어선 안 된다. 야당도 사법부의 신속한 기능 회복은 여야 구별을 떠난 과제이니만큼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