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정상적으로 열린 첫 국제 종합스포츠대회라고 할 수 있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제 폐막했다. 한국의 MZ세대 선수들은 경기를 경기로 즐기는 데는 과거 세대보다 확연히 성숙해져 있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패배해도 웃을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승리한 후에는 기쁨을 만끽하며 자기 개성을 표출할 줄 알았다.
여자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21)는 5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어느새 세계 랭킹 1위가 돼 있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중국 선수를 맞아 경기장을 가득 채운 홈 관중의 응원을 잠재워버릴 정도로 완파한 뒤 남자 선수들보다 더 크게 포효했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몇 번이나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고 어머니가 ‘그만두라’고 만류할 지경에 이르렀으나 “이 시간이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한다.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19)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앳되고 당찬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덜컥 부상을 당하면서 수술과 재활의 시간이 길어지자 ‘실력이 부풀려졌다’는 부정적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년 늦어지면서 뜻밖의 행운을 얻은 그는 더 당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단식 등에서 결승을 목전에 두고 겪은 3차례 패배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고 열두 살 위 언니 전지희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에서 기어이 금메달을 땄다.
최고에 오르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최고를 지키는 것이다. 여자 양궁의 임시현 선수(20)는 3관왕을 차지하며 난공불락 양궁 대국의 계보를 이어갔다.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27)는 금메달을 놓치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고양시키며 분투하는 모습으로 귀감이 됐다. 젊은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우리의 잠재력을 더 많은 종목에서 더 당차게 펼쳐 보일 걸 기대하게 만든 아시안게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