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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재활용부과금 버티기’ 1000억 넘었다

입력 | 2023-10-09 03:00:00

재활용 의무율 못채운 곳에 부과
한푼도 안 낸 기업 전국 5105곳
전체 부과금액 35%, 1046억 미납
전문가 “행정지도-강제 징수 필요”




광주에 있는 침구 관련 제조업체 A사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1번의 재활용부과금을 고지받았다. 제품 포장에 쓰인 비닐과 스티로폼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아서다. 4년간 A사가 내지 않은 재활용부과금은 미납에 대한 가산금까지 더해 2억8950만 원에 달하지만 A사는 단 한 번도 내지 않았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A사처럼 재활용부과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업체가 5105곳, 이들 업체가 미납한 액수는 총 104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부과된 재활용부과금은 총 2971억4600만 원인데 전체 부과액의 약 35%가 미납된 것이다. 재활용부과금 미납액이 매년 100억 원가량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3년부터 시행된 재활용부과금은 재활용 비용을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전년도 연매출 1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제조하거나 수입한 제품과 포장재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직접 회수·재활용해야 한다. 대상 품목은 뽁뽁이, 세탁소 비닐, 타이어 등 제품 24종과 금속 캔, 페트병 등 포장재 4종 등이다. 가급적 포장재를 덜 만들고, 덜 쓰자는 취지다.

품목마다 정해진 재활용 의무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달성하지 못한 비율만큼 재활용에 드는 비용의 15∼30%를 얹어 재활용부과금을 부과한다. 이는 폐기물 처리 설치 지원, 재활용 연구 기술 개발 등 폐기물 재활용 사업 지원에 사용된다.

올해 역시 재활용부과금 납부 실적이 저조하다. 올 7월까지 재활용부과금은 301억9500만 원이 부과됐으며 이 중 아직 235억6600만 원, 약 78%가 납부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재활용부과금은 전액을 내거나 아니면 아예 낼 수 없다. 기한은 다음 달까지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재활용 부과금을 내지 않을 경우 가산금을 부과하고 그래도 내지 않을 경우 재산 압류, 경매 처분 등을 통해 강제 징수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실제 강제 징수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재활용부과금 미납액이 쌓여온 것은 업체들이 부도, 파산, 소재 불명 등으로 실질적인 납부가 불가능한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압류·경매 등은) 최후의 수단인 측면이 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업체에는 오히려 행정비용이 더 크게 들 수도 있다”고 했다. 환경부는 8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대해 재활용부과금을 최장 1년까지 유예하고 그 기간 중 금액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제도 정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부과금 금액이 클수록 재활용 책임도 크기 때문에 반드시 징수를 해야 한다”며 “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하거나 금액이 적다고 ‘모르쇠’하는 업체들도 제도 안내와 행정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