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위한 한글책 낸 의사 유은실 씨 훈민정음 창제 당시 소리따라 배열 자음보다 모음 먼저 익히게 만들어 “과학적 창제원리 바탕 둔 교육 필요”
유은실 서울36의원 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북성재에서 영어로 펴낸 자신의 한글 익힘 책을 소개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은 ‘ㄱㄴㄷㄹㅁㅂ’ 순서가 아니었다는 걸 아세요?”
5일 서울 종로구 북성재에서 만난 방문진료 전문병원 서울36의원의 유은실 원장(66·여)은 “외국인들이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를 정확하게 공부하면서 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는 책을 내놓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577돌 한글날을 맞아 영어로 펴낸 한글 익힘 책 ‘Let’s Learn Korean Alphabet 한글 with King Sejong the Great(세종대왕과 함께 한글을 배워 봐요)’를 9일 발간했다. 유 원장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으로 ‘세종마을’이라고 불리는 종로구 옥인동에 인문학 공간 북성재를 세웠다.
한글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그는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6∼2017년 12년에 걸쳐 훈민정음 해설서 ‘한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는 글자’를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중국어본으로 출간했다. 이번 신간은 130쪽 분량으로 문자 기호가 하나의 음성적 특징을 나타내는 ‘자질문자(featural alphabet)’인 한글의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한글 교육이 ‘ㄱㄴㄷㄹㅁㅂㅅ’ 순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뭘까. 그는 “1446년 간행된 ‘훈민정음’ 순서가 아닌 1527년 최세진이 펴낸 ‘훈몽자회’에서 소개한 한글의 순서를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용 한자 학습서인 훈몽자회에서 한글을 간략히 설명하면서 초성과 종성 모두에 쓰이는 자음으로 ‘ㄱㄴㄷㄹㅁㅂㅅㅇ’을 먼저 제시하면서 그 순서가 그대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신간의 또 다른 특징은 자음보다 모음을 먼저 익히도록 한 점이다. 마찬가지로 ‘ㅏㅑㅓㅕ’ 대신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순서를 따라 ‘ㅡㅣㅗㅜㅏㅓㅛㅠㅑㅕ’ 순이다. 유 원장은 “한글이 전 세계의 모든 말소리를 거의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자로 각광받는 핵심적인 이유는 모음”이라고 했다. 입을 조금 연 상태에서 혀를 목구멍 쪽으로 살짝 당기면 ‘·(아래아)’, 평평하게 두면 ‘ㅡ’, 이 쪽으로 밀면 ‘ㅣ’ 소리가 나는 것을 기본으로 입과 혀 모양이 바뀔 때 나는 소리를 모두 모음으로 만들어 내 ‘세계의 알파벳’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한글을 가르치고 배울 때부터 과학적인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