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 안세영 부상에도 천위페이 격파 방수현 이후 29년만에 女단식 金 “어느 순간도 이길거라 생각못해… 경기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다”
“2관왕 해냈다” 격렬한 포효 안세영이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시상식이 끝난 뒤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오른손 주먹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안세영은 한국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항저우=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안세영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에 이어 단식까지 제패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7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숙적’ 천위페이(25·중국·3위)를 2-1(21-18, 17-21, 21-8)로 물리쳤다. 이전까지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정상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29년 전인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때 방수현(51)뿐이었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의 아시안게임 데뷔전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단식 첫 경기(32강전)에서 탈락의 아픔을 선물했던 선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천위페이는 안세영을 8강에서 제압한 뒤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까지 천웨페이에게 상대 전적 1승 8패로 밀리던 안세영은 올해 들어 6승 2패로 분위기를 뒤바꿨다. 앞서 1일 열린 단체전 결승 제1경기(단식) 때도 천위페이를 2-0(21-12, 21-13)으로 물리쳤다.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 이현희 씨(48)는 무릎을 부여잡은 딸을 향해 “그만해. 기권해도 돼”라고 소리쳤다. 이 씨는 “더 다치면 안 되니까 기권하자 (관중석에서) 그렇게 말했는데, 안 멈추기에 응원을 진짜 못 하겠더라”라고 했다. 안세영은 경기 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들렸어도 기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응급 조치를 한 채로 1세트를 따낸 안세영은 세트 종료 후 붕대를 새로 감았지만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안세영은 결국 2세트에서 패하며 이번 대회 단식에서 처음으로 세트를 내줬다.
안세영은 3세트 시작과 함께 5-0으로 치고 나가면서 부활을 알렸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안세영의 모습에 도리어 당황한 건 천위페이였다. 안세영은 20-8이 돼서야 승리를 확신한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고 이어 천위페이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면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시상식 뒤 다리를 절뚝이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안세영은 “다행히 걸을 수 있는 정도다. (아시안게임 결승이) 다음에 또 올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꿋꿋이 경기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왕 납시오”… 왕관 씌워준 코치 안세영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성지현 대표팀 코치에게 받은 왕관을 쓰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과 단식에서 따낸 금메달 2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인천=뉴시스
안세영은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은 파리 올림픽을 정조준한다. 안세영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준우승에 그쳤다. 안세영은 “목표는 늘 그랜드슬램이다. 그 목표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항저우=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