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공예가 양성… 고인 꿈 이루고 싶어”
2010년 서울 서초구 작업실에서 유리지 작가가 작업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유리지공예관 제공
한국의 1세대 금속공예가 유리지(1945∼2013)는 오랫동안 편찮았던 아버지 유영국(1916∼2002)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골호―용띠를 위한, 골호상자’를 2001년 만든다. 은과 석회석으로 만든 골호와 참죽나무로 된 골호상자 위에는 구름 모양의 장식이 있다. 망자를 좋은 곳으로 인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버지 유영국이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추상화를 그려냈다면, 유리지는 구름과 바람을 토대로 현대 금속공예의 장을 열었다. 1981년 모교인 서울대에서 교편을 잡고 30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2004년에는 작업실 한쪽에 ‘치우금속공예관’을 열어 금속공예를 알리는 데 힘썼다. 2013년 2월 백혈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그를 기리는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이 제정됐다고 서울공예박물관이 8일 밝혔다.
‘유리지공예상’ 제정에는 젊은 공예가를 양성하려 한 고인의 꿈을 이뤄주자는 유족의 뜻이 반영됐다. 모친 김기순 씨와 동생 유자야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 유진 KAIST 명예교수, 유건 시상건축 대표가 뜻을 모아 서울시에 30년간 9억 원을 기증하기로 했다. 유자야 이사(75)는 “언니가 떠나고 형제들이 언니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공예 발전을 위해, 작은 물건이라도 사람들이 한국의 것을 썼으면 하는 마음에 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