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고금리 장기화 결정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예상을 깨면서다. 과거보다 높아진 중립금리(경제를 과열시키지 않는 금리 균형점) 수준, 원칙보다는 재량에 기반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이 고금리 장기화를 이끄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20여 년에 비해 중립금리가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과 탈세계화, 기후변화,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한 구조적 인플레 압력 상승이 근거다. 한 단계 높아진 중립금리의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는 향후 지속적으로 금융자산 가격을 흔들 것이다. 올해 4분기(10∼12월) 들어 미국 국채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뛰어오른 게 주목된다.
중립금리는 중장기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중립금리와 시장금리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경기와 인플레이션 그리고 금융시장의 성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립금리는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을 결정한다. 반면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는 시장금리는 투자에 대한 비용을 의미한다.
다음 쟁점은 중앙은행 통화정책 기조의 시대별 변화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규칙’에 기반하느냐 ‘재량’에 기반하느냐에 따라 시대를 가른다. 현재는 후자의 시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데이터 기반’의 ‘신중한 금리 결정’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는 시장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현재의 연준은 ‘공격적’이지도 ‘선제적’이지도 않다.
재량 기반 통화정책 시대는 자산시장에서 채권과 주식의 가격이 대체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경기와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따라 가면서 정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와 채권가격 하락(금리 상승)이 자주 동반되는 점을 목격할 수 있다. 재량 기반의 정책 시대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잔존할 경우 중앙은행이 긴축을 멈추는 게 주식 등 위험자산에 좋은 신호다. 그래서 11월 FOMC 전후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려는 연준의 신중한 긴축 정책이 아직은 대체로 잘 작동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도 일단 멈춤모드를 지속할 전망이다. 때문에 채권보다 주식이 유리하다. 높은 금리가 앞으로 주식의 성과에 걸림돌이 되겠지만, 그보다 당장 금융시장은 경기 전망이 유지되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다. 물론 기대수익률은 낮게 가져가야 한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