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3년새 영업이익 6배로… 정의선 체제 ‘글로벌 톱3’ 굳힌다

입력 | 2023-10-10 03:00:00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 3주년
올 현대차-기아 판매량 23% 증가… 로봇 등 미래먹거리 투자도 확대
점유율 추락 中시장 반전은 과제… 현대차, 아직 해결필요 과제 많아




“회장님이 요즘 계속 해외 출장 일정이 있으시더라고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이 최근 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근황이다. 14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 정 회장은 올 들어 매달 적어도 1회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공개된 일정만 꼽아봐도 올해만 최소 13개국 이상 방문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상대적으로 잠잠해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처음 등극한 ‘글로벌 톱3’ 완성차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정 회장이 직접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올 6월에는 기존에 한 대뿐이던 그룹의 전용기를 한 대 더 도입하기 위해 항공기 조종사 채용 절차를 진행했을 정도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그룹의 수장에 오른 뒤 3년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코로나19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2020년에는 1∼9월 현대차·기아 합산 447만 대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22.6% 늘어난 548만 대를 팔았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684만 대를 팔아 판매량 기준으로 처음으로 글로벌 3위 업체에 등극했다. 올해도 일본 도요타그룹,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톱3 업체로 자리를 굳히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장사를 잘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연간 영업이익은 26조6617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0년에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4612억 원이었는데 전망대로라면 3년 사이 영업이익이 6배가 되는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는 2.8%였던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올해는 10%대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출범 7년 10개월 만인 올 8월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넘긴 제네시스같이 고급 브랜드 차량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 데다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도 증가하는 등 고부가가치 상품에서 실적이 증대된 덕이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0년에는 47만 대였던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판매는 지난해 99만 대로 늘어났다. 지난해 준공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도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고, 인도 첸나이 공장에도 전기차 생산 설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조지아주, 인도네시아, 인도는 정 회장이 올해도 8, 9월에 각각 방문해 현지 전략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2021년에 미국의 로봇 기술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지난해에는 국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 기업인 포티투닷을 인수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불릴 정도로 이에 적용되는 스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아직 이 부분에서 미국 테슬라에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SDV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사태를 겪으며 2016년 8.1%였던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1.9%로 추락한 중국 시장에서의 반전도 필요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공장을 각각 1곳씩 줄였고, 추가적으로 현대차 충칭 공장과 창저우 공장도 매각 절차에 나섰다. 남아 있는 중국 공장은 현지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해도 가격과 품질에서 우위를 가지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대대적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정 회장은 취임 이후 수평적 소통을 강조했지만 이 같은 기업문화가 하루 아침에 뿌리내리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이 이제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을 따라잡는 단계를 지나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모하려면 관성적인 기업문화를 타파하고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회장를 비롯한 경영진도 우려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3주년 이후에는 이러한 약점들을 극복하는 것이 숙제로 꼽힌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