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조작, 정책 방향 잘못 유도해 국민에 악영향 데이터 경제 시대, 통계 왜곡 없는 나라가 선진국 통계청장 임기 보장하고, 통계 개방성 높여야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
감사원은 지난달 15일 부동산, 고용, 가계소득 등의 통계 조작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 전원을 비롯해 총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검찰은 이달 초 통계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문 정부의 통계 조작 불법행위 여부는 검찰 수사로 진실이 드러날 것이므로 기다려 보면 될 것이다.
정치인들에 의한 통계 왜곡이나 조작은 국가 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국가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국민의 삶에 막대한 악영향을 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통계 왜곡이나 조작 사례는 많다.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에선 12년을 집권한 포퓰리즘 정권에서 복지 지출을 급속히 늘렸다. 세금만으로 선심 쓰는 데 한계가 있자 돈을 찍어 냈다. 그러자 물가상승률이 연간 30%를 넘었다. 그러자 정권은 물가상승률을 10%라고 조작하기 시작했다. 통계와 현실 차이를 숨기기 힘들어지자 일부 통계는 발표를 중단시켜 버렸다. 아르헨티나는 국가 재정이 파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통계 조작의 피해가 막심하므로 통계법 제2조에서는 “통계는 정확성·시의성·일관성 및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로 기본개념을 명시하고, 특히 정치로부터의 중립성과 독립성,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통계법(제27조와 39조)에서는 통계의 작성 또는 보급을 위하여 수집·보유 또는 관리하고 있는 조사표 등 기초 자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변경 또는 말소하거나 통계자료를 고의적으로 조작한 자, 또는 통계 종사자에게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국가통계의 왜곡이나 조작이 없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통계청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산하의 외청으로 차관급 청장이다. 국가에서 필요한 통계는 재정, 경제만이 아니라 환경, 과학기술, 산업, 노동, 문화 등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더 이상 통계청이 기획재정부 외청으로 있지 말고 모든 부서를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이나 총리실 산하로 가는 것이 옳다. 통계청을 통계처 혹은 통계데이터부로 장관급 기관으로 격상시켜 통계법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데이터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데이터 경제 시대이며, 데이터가 모든 국가의 주요 정책을 밑받침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는 분산 통계 작성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승인 통계 작성 기관 수만 434개이고, 작성 통계 수는 1315개이다. 통계의 중립성, 독립성을 보장하고 통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계 생산 기관들이 작성하는 모든 데이터는, 국가 기밀에 속하는 데이터는 제외하고, 작성 즉시 아무런 간섭 없이 일반에게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통계 작성 기관이 만든 통계를 생산 즉시 자유롭게 개방하면 통계를 이용하려는 모든 고객에게 데이터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고, 불필요한 상부나 외부 기관의 간섭을 차단할 수 있다.
이번 소득, 고용, 집값과 관련된 감사원의 현장 감사와 ‘통계 논쟁’을 통하여 앞으로 정치인들은 통계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려는 시도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통계청 운영에 있어 선진국처럼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통계 작성 기관이 앞장서 데이터 개방을 통해 데이터를 원하는 개인, 기업, 기관 등에 제공해 주기를 바란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석유’, ‘21세기는 데이터 경제 시대’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 정부와 모든 국민이 인식하고 대한민국이 진정한 통계 선진국, 데이터 강국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