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일시대출금, 작년 전체 3배 대출이자로 올해만 1500억원 지급 추경 선긋다보니 ‘급전 대출’ 의존 세수 메우려 외평기금도 20조 동원… 전문가 "건전재정 도그마에 무리수"
세수 부족이 심화하면서 정부 회계의 ‘마이너스 통장’ 격인 한국은행 일시대출금이 110조 원을 넘어섰다. 나랏빚을 늘리지 않는다며 적자국채 발행에 아예 선을 긋다 보니 정부가 한은의 ‘급전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정부가 세수 펑크와 재정난에 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각종 대책이 정공법과 거리가 먼 ‘꼼수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전 재정’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게 재정당국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긴 하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 정부 일시대출 이자만 1500억 원
문제는 정부가 일시차입하는 돈이 한은의 발권력을 통해 마련하는 것으로,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시중 유동성이 높아져 물가 관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한은 마통’을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수가 넉넉지 않다는 신호로 인식돼, 재정 건전성과 관련한 대외 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시차입이 국고 조달 수단인 만큼 정부가 평소에 차입금 규모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재부는 한국은행 일시차입 등 국고 부족 자금 조달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재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 ‘외환 방파제’마저 허물어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 당국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면서 상당한 규모의 원화가 쌓였다고 설명한다. 외평기금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우더라도 충분히 외환시장 안정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 때 ‘환율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을 일반 예산으로 전용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정부 안팎에선 현 정부가 ‘건전 재정’, ‘적자국채 발행 불가’라는 도그마(독단적 신념)에 빠져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간 60조 원이나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대급 ‘세수 펑크’ 상황을 한은 일시대출금이나 외평기금 동원 같은 비상 수단으로만 틀어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