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생명 지키는 M-Tech] 〈15〉 호주 NSW주 ‘압도적 벌금’ 정책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시 남부의 한 사립초등학교 앞 스쿨존에 시속 40km의 제한속도 알림판과 위반 시 높은 벌금을 물 수 있다는 경고 간판이 세워져 있다. 시드니=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지난달 1일 오전 8시 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시드니시 남부.
교민 김성한 씨(35)는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진입하자 한 손으로 운전하던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더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반년 전 스쿨존에서 꼬리 물기를 하다가 신호 위반으로 적발돼 한국 돈으로 40만 원 넘는 벌금을 물었다고 했다. 김 씨는 “일단 스쿨존에 들어가면 최대한 소극적으로 안전운전하는 게 상책”이라며 “까딱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 수 있다”고 했다.
● ‘압도적 벌금’ 택한 호주 NSW주
NSW주는 호주 내에서도 무거운 벌금과 엄격한 법 집행으로 유명하다. NSW주 당국은 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위반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는 등 규정을 위반한 차량에 차종과 운전면허 등급 등에 따라 196∼4000호주달러(약 17만∼344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차량의 운행속도 등에 따라 벌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식이다.
벌점 역시 높다. NSW주 스쿨존에서 제한속도 등 규정을 위반하면 차량 운행속도 등에 비례해 최소 2점, 최대 7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NSW주에선 3년간 벌점 13점 이상을 받으면 면허가 정지되거나 취소된다. 스쿨존에서 2, 3회만 규정을 어겨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것이다.
시드니대에서 교통물류연구학을 가르치는 스티븐 그리브스 교수는 “의무교육 12시간을 받아야 하는 등 면허 재취득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벌금만큼이나 높은 벌점을 두려워한다”며 “운전자들이 알아서 조심하는 이른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당장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NSW주처럼 압도적인 벌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NSW주의 엄정한 법 집행은 인명 사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NSW주에서 2013∼2022년 10년간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4건에 그쳤다. 한국에서 최근 5년 동안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린이가 모두 17명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교통 전문가인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호주 NSW주처럼) 스쿨존 내에서 차량 속도를 관리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제한속도가 호주보다 낮은 시속 30km인 만큼 규정을 운전자들이 준수하기만 하면 사고 위험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다양한 보행자 안전 시설도 검토
민간에서도 추가적인 스쿨존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온다. NWS주 일부 학교에선 스쿨존 운영 시간에 한해 학교 주변 도로에 ‘드롭(픽업) 존’을 마련해 학부모 차량의 임시 주정차를 허용하는데 이 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브스 교수는 “NSW주의 경우 안전을 더 확보하려면 방호울타리 설치와 함께 스쿨존에 한해 도로를 좁고 구불거리게 만들어 차량들이 원천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을 막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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