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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의무자制, 유엔-인권위서도 폐지 권고… 美는 사법입원制-대만은 지역사회서 심사

입력 | 2023-10-10 03:00:00

[조현병 환자 관리 부실]
해외선 가족外 경찰 등도 입원요청
“입원-치료에 국가 개입 여지 늘려야”




정신질환자 비자발적 입원 시 보호의무자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는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폐지 권고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1년 “가족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족이나 후견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심사기관에 의한 입퇴원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 입원 제도를 여전히 유지하는 나라는 동아시아권에서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한다. 한국의 보호의무자 제도에 영향을 준 일본의 경우 보호의무자 개념을 법에 규정했다가 2013년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입원 절차를 단순화했다.

꼭 보호의무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가족 등의 동의를 얻으면 입원시킬 수 있게 해 결과적으로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현병 환자 신고를 받으면 지자체장이 정신보건지정의에게 진단을 의뢰하고, 진단 결과가 나오면 ‘정신의료심사회’가 강제 입원을 결정하는 절차도 시행하고 있다. 정신의료심사회엔 법률 전문가와 장애인 복지 연구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등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대만 역시 보호의무자 대신 지역사회 정신치료심사회 허가를 통한 강제 입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보호의무자와 무관하게 사법입원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법조인과 정신건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신건강심판원에서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및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지역사회, 동거인 등이 언제든 병원에 입원 요청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도 가족이 정신장애인의 입원과 치료를 결정하고 국가가 가족이 관여하지 못할 때에만 개입하는 시스템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사법입원제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데 이에 앞서 응급 입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인권과 치료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