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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아서 췌장암 수술 포기?…“80대도 장기생존 가능”

입력 | 2023-10-10 11:09:00

췌십이지장 절제 환자 분석 결과
80대도 합병증·생존율 차이 없어




신체 깊숙한 곳에 위치하고 연결된 장기가 많아 고난도로 손꼽히는 췌장암 수술도 체력 조건이 뒷받침된다면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간담췌외과 신상현 교수, 정혜정 임상강사 연구팀은 200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0년간 췌장 두부에 생긴 암으로 췌십이지장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췌장암은 치료가 매우 어려운 암이다. 특히 췌장의 두부에 생기는 암을 치료하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은 췌장과 더불어 십이지장, 담도, 담낭 등을 복합적으로 절제하고, 연결 과정도 복잡해 외과 수술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큰 수술에 해당한다.

수술 후 합병증 발생율이 최대 40%에 이르고, 수술 중 췌장에서 누출(누공)이 생기거나 혈관이 파열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해 의료진의 부담도 매우 크다.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수술을 받은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2.6개월이었던 반면, 비수술 환자는 3.5개월로 4배 가량 차이가 보고될 만큼 수술의 이점이 분명하지만 나이를 이유로 수술을 포기하는 환자가 많고 의료진 역시 수술을 쉽사리 권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경향은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났다. 2019년 국내 암 통계를 보면 췌장암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8099명 중 21.3%(1727명)이 80세 이상으로 집계될 만큼 적지 않지만 수술을 택한 환자는 일부에 불과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췌장암 수술 환자 666명 중 80대 이상인 환자는 3.6%(24명)에 그쳤다. 국가 통계상 80대 환자 비율(21.3%)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다. 전체 췌장암 환자의 20~30% 정도가 수술을 받는다고 알려진 것과 견줘도 수술을 결심한 80대가 매우 적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고령에도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환자들을 볼 때마다 나이가 곧 수술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수술을 포기해야 할 만큼 나이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구 기간 내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 666명을 80세 미만 환자(642명)와 80세 이상 환자(24명)로 나눈 후 전반적인 건강상태(ASA score)와 심뇌혈관, 심폐질환 등 수술 관련 조건을 토대로 두 집단을 균질하게 통계적으로 보정한 뒤 예후(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나이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80대 미만 그룹의 평균 재원 일수는 12.6일로 80대 이상 그룹(13.7일)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합병증 발병율 또한 나이와 관계 없이 엇비슷했다.

전체 생존율 역시 80대 미만 18개월, 80세 이상 16개월로 대동소이했고, 무진행 생존도 각각 11개월과 8개월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80대 이상 환자 6명이 수술 후 24개월 이상 장기 생존한 사례도 있었다.

연구를 주관한 신 교수는 “췌장암에서도 건강상 다른 요인 없이 단순히 나이만 갖고 수술이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아직 극복할 과제가 많지만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기대 여명을 늘릴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선택할 권리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이엔즈 저널 오브 서저리(ANZ journal of surgery)’ 최근호에 실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