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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고혈압 위험 높이는 비만… 6개월에 5~10% 감량이 적당”

입력 | 2023-10-11 03:00:00

정인경 교수가 말하는 비만 질환의 실태와 치료법

활동량 줄고 고열량 음식 섭취 늘며 국내 비만 유병률 38.45%로 높아져
마른 비만, 대사 질환 가능성 주의
혈당 등 검사로 질환 유무 확인해 식습관 개선-운동으로 비만 치료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라며 “비만은 평생 관리가 필요하고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본인의 의지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위해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내 비만 유병률은 2021년 기준 37.1%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수면 무호흡증, 각종 암 등의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비만의 원인은 유전, 행동, 사회적 위치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면서 복합적이다.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에게 비만 질환의 심각성과 치료의 중요성에 관해 물었다.

―국내 비만 유병률은 어떠한가?

“대한비만학회에서 매년 발표하는 비만 팩트 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년 전 비만 유병률은 30.2%로 3명 중 1명이 비만인 셈이었으나 가장 최근 자료에서는 38.45%까지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만 인구가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 실제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남성은 49.2%로 2명 중 1명, 여성은 27.8%로 4명 중 1명이 비만으로 확인돼 여성보다 남성 유병률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비만 인구가 많이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의 외부 활동량이 많이 줄어들었고 고열량 음식 섭취량은 늘었다. 성인 역시 가까운 거리도 차로 이동하고 운동량이 적어져 비만 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현재 비만 진단 기준으로 BMI(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를 사용한다. BMI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5 이상일 경우 비만으로 진단한다. 비만은 3단계로 세분화해 구분하는데 BMI 25 이상 30 미만은 1단계, 30 이상 35 미만은 2단계, 35 이상은 3단계 비만으로 진단한다. BMI가 23을 넘으면 서서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비만 관련 대사 질환이 늘어나기 시작해 BMI 25부터 꾸준히 유병률이 높아진다. 허리둘레는 남성 90㎝, 여성 85㎝ 이상일 때 복부 비만으로 진단한다. 이는 허리둘레 증가에 따른 비만 관련 대사 질환 유병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BMI의 경우 임산부나 근육량이 많은 사람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근육량과 지방량을 측정하거나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를 통해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고도비만이 심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비만 인구가 증가했지만 1단계 비만 인구는 그리 많이 증가하지 않았다. 문제는 2∼3단계 비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비만도가 높을수록 동반 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므로 심각한 고도비만을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른 비만은 치료가 필요한가?

“마른 비만은 BMI로는 과체중에 해당하지만 허리둘레로는 복부 비만에 해당해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이다. 단순히 BMI만 봐서는 비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사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환자가 비만임을 인지해 치료받는 경우는 얼마나 되나?

“환자 스스로 비만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경각심을 갖고 병원을 찾는 분들은 사실 많지 않다. 오히려 살을 빼겠다고 오셨는데 BMI 25 미만인 경우도 있고, 반대로 굉장히 비만도가 높지만 본인의 의지가 없어 보호자가 함께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들의 치료율은 높지 않으며 이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비만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비만으로 진단받으면 혈당, 혈압, 지방간 수치, 콜레스테롤 등의 대사 지표를 확인해 동반 질환 유무를 확인한다. 특정 질병이나 약물로 인한 이차성 비만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갑상샘·부신·뇌하수체 호르몬 이상 여부, 복용 중인 약물, 정신 질환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이차성 비만으로 진단될 경우 해당 원인에 맞는 치료를 받으면 비만 문제는 해소되지만 이차성 비만이 아니거나 여러 대사 지표의 문제가 확인된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의 첫 단계는 환자와 체중 감량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보통 6개월 이내에 현재 체중의 약 5∼10% 감량을 목표로 한다.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할 경우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접근할 수 있는 목표를 두고 치료를 시작한다. 다음 단계는 식사와 운동 요법이다. 담당 의사와 영양사가 동시에 식습관 개선 교육을 진행한다. 환자의 현재 식습관을 분석하고 섭취량의 500∼1000㎉ 정도를 줄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만약 환자가 식사량 또는 식욕을 조절하기 어려워한다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식욕 억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 사용되고 있는 약으로는 삭센다(리라글루티드), 콘트라브(날트렉손·부프로피온), 큐시미아(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있다. 삭센다는 주사제이고 나머지는 먹는 약이기 때문에 환자가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먹는 약의 경우 환자가 우울감이나 정신질환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약물 상호작용이나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삭센다가 더 안전하다. 또한 큐시미아는 녹내장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으며 콘트라브 역시 복용 이후 부작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치료제는 얼마나 사용해야 하나?

“비만 치료와 관리는 평생 이뤄져야 한다. 환자 의지에 따라 6개월, 1년, 그 이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약을 끊고 체중이 늘어나면 다시 약을 투여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본인의 의지로 약을 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이 찔 수 있다. 현재 환자의 약물 치료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장기 치료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된 치료제라도 우리나라는 아직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비용적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만 치료제 중 위고비와 삭센다의 차이점은?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삭센다는 모두 GLP-1 유사체 기반 약물이다.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이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출시됐다. 약을 사용하면 위장 운동이 천천히 일어나 배가 덜 고픈 효과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고비와 삭센다는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당이 낮을 때는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지 않기 때문에 저혈당 우려가 없다. 위고비는 기존 GLP-1 유사체 기반 치료제 대비 효과가 훨씬 좋다는 특징이 있다.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출시된다면 기존 GLP-1 유사체 대비 체중 감소, 식욕 감소 효과 등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삭센다는 매일 투여하지만 위고비는 주 1회 투여라는 차이점도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