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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숨긴 필로폰 74kg, 3개국 조직원 무더기 검거…역대 2번째

입력 | 2023-10-10 13:28:00

백해룡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밀반입 필로폰 국내 유통 범죄조직 검거’ 브리핑 중 압수한 필로폰을 공개하고 있다. 2023.10.10/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한병찬 김예원 기자 = 246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나무도마에 숨겨 국내로 밀반입한 다국적 마약조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적발된 마약 양으로는 전국에서 역대 2번째 규모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0일 국내 밀반입 필로폰 74㎏(시가 2200억원)를 유통하려 한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인으로 구성된 3개 범죄조직의 조직원과 단순가담자 등 26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국내에서 활동하던 관리·유통책 14명(말레이시아 3명·한국 3명·중국 10명)은 구속됐다. 경찰은 13명을 검찰에 넘기고 남은 1명에 대해서는 송치를 준비 중이다. 경찰은 3국 총책을 추적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보관?은닉한 필로폰 27.8㎏(시가 834억원·92만6000명 투약 가능)을 회수했다. 이번에 적발된 마약 양은 지난 2018년 필로폰 112kg(90kg 압수)을 나사제조기 안에 숨겨 국내로 밀반입하다 검거된 마약 조직 이후 2번째 규모다.

(영등포경찰서 제공)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 A씨는 직접 제조한 필로폰을 일본 등에 반입하던 중 한국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 조직 총책 B씨, 중국 조직 총책 C씨와 손을 잡았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범죄 관련 회합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조직은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역할, 한국 조직은 국내 밀반입 루트를 확보하고 운반·보관에 가담, 중국 조직은 유통·판매 역할을 하는 등 조직간 역할을 분담하는 철저함도 보였다.

A씨는 조직원을 배달원으로 위장시키거나 국제 화물(나무도마)을 활용해 미리 국내에 잠입시켜 둔 조직원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필로폰 74㎏을 밀반입했다.

이중 나무도마에 은닉해 배송한 필로폰 32㎏은 말레이시아 조직이 서울에 원룸월세를 얻어 직접 관리하며 한국과 중국 조직에 분배해 유통했다. 인편으로 반입한 42㎏은 한국 조직이 직접 수령 후 일부를 중국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1월27일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몸에 마약을 숨기는 방식으로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밀반입했고 여름철이 되며 나무도마를 통해 밀반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마를 통해 마약을 들여온 수법은 국내 최초”라며 “A씨는 마약을 밀반입하기 위해 나무도마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나무도마에 숨긴 마약이 통관 절차에서 들키지 않고 국내에 잠입한 말레이시아 조직원에게 이상 없이 배송되자 A씨는 100㎏ 상당의 필로폰을 같은 수법으로 반입 시도했다. 하지만 거점 조직원 2명이 검거되면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선적 대기 중인 화물을 즉시 회수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7월 말 30대 단순투약자가 검거되며 덜미가 붙잡혔다. 경찰은 8월 검거한 중국조직원 유통책 2명의 행적을 역추적하며 필로폰 유통 거대 조직의 실체를 파악했다.

경찰은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한 말레이시아 조직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과 공조하는 한편 3개 조직이 국내 밀반입 후 유통·판매를 위해 보관중인 필로폰이 아직까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수거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밀반입 필로폰 국내 유통 범죄조직 검거’ 브리핑 중 나무도마 속에 은닉한 필로폰을 꺼내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2023.10.10/뉴스1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