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상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 등으로부터 저작권료를 걷어 북한에 보내온 민간단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 저작권료로 29억 원 가량을 법원에 공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문협은 10년이 지나면 공탁금이 국고에 귀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돈을 찾은 뒤 재공탁하기도 했다. 반대로 북한이 남한에 저작권료를 지급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문협은 북한 저작권료로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28억5300만 원을 법원에 공탁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문협은 대북 제재로 송금을 할 수 없게 된 2009년 이후부터 국내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료를 공탁해왔다. 경문협은 10년이 지나면 공탁금이 국고에 귀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돈을 찾은 뒤 재공탁하는 ‘회수 후 재공탁’ 방법도 4차례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남한에 방송영상물 저작권료를 지급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
경문협이 공탁한 저작권료는 국내에 있는 북한 재산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올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북한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 법원이 이 저작권료를 배상금으로 지급하게 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앞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끌려갔다가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2020년 7월 승소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북측을 대신해 경문협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추심금 청구소송에서는 국군포로들이 1심에서 패소해 2심이 진행중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경문협이 공탁한 저작권료는 북한 정부가 아니라 북한에 있는 작가 등 저작권자의 것”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경문협 관계자는 “북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는 북한 당국이 아니라 저작권자 개인의 재산”이라며 “정부가 임의로 압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북한은 남한에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남한은 북한의 저작권료를 챙겨주는 불공정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며 “공탁금은 유일한 남한 내 북한자산인 만큼 이를 압류해 우리 국민이 승소한 국군포로·납북자 사건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손해배상 일부라도 변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