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덕 아퓨어스 대표 인터뷰] 동물실험·세포분리 기술 토대로 신약 연구개발 확대 “연내 ELX-1000 기술 추가협의 발표”
최선덕 대표가 경기 평택시 아퓨어스 본사에서 동물세포 분리와 관련된 실험 장비를 선보이고 있다. 아퓨어스는 축적된 동물실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평택=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동안 쌓아 왔던 미니돼지 기반 기술이 세포·유전자치료제(CGT) 기술을 도입할 때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최선덕 아퓨어스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미국에 머물렀다. 회사가 미국 엘릭서 테라퓨틱스와 8월 체결한 ‘ELX-1000’ 유전자치료제 기술이전 계약을 추가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최 대표는 이 기간 동안 해당 물질의 임상 2b 진행 일정 등을 논의했다. 아퓨어스 측은 “하반기 추가 협의를 거쳐 연내에 더욱 상세한 기술 도입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퓨어스가 계약금 400만 달러(약 54억 원)를 포함해 총 554억 원에 도입하기로 한 ELX-1000은 유전자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ELX-1000을 인체에 투여하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신호 전달 단백질(SDF-1)이 발현된다. 이를 통해 면역 세포를 만들거나 혈관을 생성하는 등 조직 수복을 촉진하는 효과를 지니게 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벨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자치료제 시장은 2021년 15억 달러(약 2조 원)에서 2026년 160억 달러(약 21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퓨어스는 기술이전을 받은 뒤 ELX-1000을 활용한 신약 개발의 범위를 지금보다 크게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8월 아퓨어스와 엘릭서 테라퓨틱스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아퓨어스가 ELX-1000을 활용해 독자적인 임상 계획을 수립하여 FDA의 신약 인허가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약으로 승인된 뒤 상품화를 위한 제조와 유통, 판매 및 적응증 확장 개발 등에 대한 독점권도 아퓨어스가 보유하고 있다.
아퓨어스가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는 유전자치료제 플랫폼은 SDF-1을 이용하여 인체 내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회복시켜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게 유도하는 원리로 다양한 질환 범위에 적용할 수 있다.
최선덕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최근 ELX-1000 원천기술을 개발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을 찾아 기술 도입 논의를 진행했다. 아퓨어스 제공
엘릭서 테라퓨틱스가 세계 각국이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유전자치료제 기술을 아퓨어스에 이전하는 이유도 이 같은 ‘연구개발 확대’를 위해서다. 경기 평택시에 본사가 있는 아퓨어스는 2001년 창업 이후 무게 15∼70kg 정도인 의료 실험용 미니돼지 국산화에 나선 곳이다. 약 20년 동안 1000마리 이상 자체 개발한 미니돼지를 ‘마이크로피그(MICROPIG)’란 이름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등재하기도 했다.
아퓨어스는 앞으로 기존 회사의 주력 사업이었던 실험동물 공급과 제약사 등의 동물실험 용역 대신 유전자치료제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최 대표는 “ELX-1000을 활용해 국가별, 질환별로 다양하게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퓨어스 평택공장이 이미 국제기준에 맞춰 설계되어 지어진 만큼 유전자치료제 연구와 생산에 필요한 원료물질의 제조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평택=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