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34% 급증… 매출 20조 돌파 B2B 집중 통해 어닝 서프라이즈 전장 매출, 올해 첫 10조 넘을 듯 가전도 TV수요감소에도 흑자 기조
LG전자가 가전 등 소비시장이 얼어붙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1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에 버금가는 실적을 냈다. 주력인 가전과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분야에서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한 전략이 통했다.
LG전자는 10일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20조7139억 원, 영업이익은 996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이 33.5% 늘었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으로는 2020년(1조738억 원) 이후 최대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린 소비가 가전제품 등에 폭발적으로 이전된 시기다. 이번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였던 8084억 원보다도 23.3% 웃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신성장동력인 전장(VS) 부문 영업이익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8조6490억 원이었던 VS사업부 연간 매출은 올해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가전도 전장과 함께 B2B 분야에서 빛을 냈다는 평가다. 시스템 에어컨과 히트펌프(전기에너지로 열을 내는 장치) 등 냉난방공조(HVAC)를 앞세운 B2B 비중 확대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HVAC는 냉난방을 비롯해 습도 및 공기 질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분야다. 탄소를 덜 배출하게끔 설계해 친환경·고효율을 중시하는 북미,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올레드 TV, 오브제 컬렉션(인테리어 가전) 등 프리미엄 경쟁력을 기반으로 볼륨존(소비 수요가 가장 큰 영역) 라인업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제품군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준프리미엄, 미들급 제품의 포트폴리오도 확대해 다양한 소비층을 노렸다는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볼륨존 전략 덕분에 TV 수요 감소에도 흑자 기조 및 수익성 개선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LG전자는 가전과 구독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 출시한 업(UP)가전 2.0도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업가전 1.0이 필요한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었다면 2.0은 고객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바꾸는 방식이다. 또 구매 방식의 다변화를 위해 사용 기간을 3∼6년 사이로 정하는 구독 서비스도 도입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