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 대중가수였던 필 옥스가 부른 ‘행운이 없었다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존 바에즈가 불러서 더욱 유명해진 노래는 3절까지는 죄수, 부랑자, 술주정뱅이를 차례로 열거하며 “행운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도 그럴 것입니다”라는 후렴구로 끝난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우리와는 상관없는 열등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생각하지만, 행운이 없었다면 우리도 죄수가 되어 감옥에 갔을 수도, 부랑자가 되어 골목에서 비를 맞으며 잠을 잤을 수도, 술주정뱅이가 되어 비틀거렸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입장이 되어 그들이 그렇게 된 “수많은 이유들”을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노래는 마지막 4절에 가면 좀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우리에게 전쟁 중인 나라를 상상해보라고 한다. 폭탄이 비 오듯 떨어지고 높은 건물들이 무너져내린 나라를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운이 없었다면 당신과 나도 그런 나라에 살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당신과 나도 지옥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노래가 염두에 둔 나라는 미국의 무자비한 폭격에 폐허가 된 베트남이었다. 노래는 그래도 전쟁을 지지할 것이냐고 묻는다. 베트남전쟁 얘기지만 이 순간에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니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옥스의 노래는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나도 그럴 것이다”(There, but the grace of God, go I)라는 영어 표현을 응용한 것이다. 종교탄압으로 인해 런던탑에 갇힌 16세기 개신교 목사 존 브래드퍼드가 어느 날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인을 바라보며 했다는 말이다. 그는 신의 은총이 없었다면 자신도 그러한 운명에 처했을 것이라며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수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자신도 얼마든지 그 죄수처럼 될 수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옥스는 그 고백에 음악의 옷을 입혀 노래로 만들었다. “행운이 없었다면 당신이나 나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삶 앞에서 오만하지 말고 한없이 겸손해야 하는 이유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