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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에 빚못갚는 저축銀 이용자들… 2786억 부실채권, 캠코로

입력 | 2023-10-11 03:00:00

올들어 중저신용자 한계 상황 몰려
1~8월 금액, 작년 1년보다 38% 많아
‘영끌 대출’ ‘빚투’ 사그라들지 않아
금융사 연체액 7개월새 49% 급증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리스크가 한국을 옥죄면서 저축은행권을 주로 이용하는 중저신용자들이 대거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저축은행권이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떠넘긴 부실채권 규모가 지난해 연간 총액을 한참 넘어 2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캠코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캠코가 사들인 저축은행권의 무담보 채권액은 27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총액인 2018억 원보다 38.1% 많은 수치다. 캠코가 인수한 저축은행권 무담보 채권액은 2020년 430억 원에서 이듬해 670억 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000억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무담보 채권이란 금융회사에서 담보 없이 신용 등으로 내준 대출 채권을 말한다. 정책금융기관인 캠코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취약계층의 부실 채권 등을 사들여 금융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캠코가 저축은행권의 부실 무담보 채권을 대거 사들이면서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최근 들어 하락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4.49%였던 저축은행권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6.12%로 폭증했지만 석 달 만에 5.65%로 0.47%포인트 떨어졌다. 금감원은 “저축은행권이 상각과 매각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연체 채권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저축은행발 부실 채권 급증 현상은 비교적 고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시중은행 등 제1금융권과는 대조적이다. 캠코가 올해 8월까지 제1금융권에서 사들인 무담보 채권액은 지난해 총액의 20.0% 수준에 불과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당시 지원한 정책금융과 유사한 방식으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금리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이 늘고 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11개 주요 금융회사의 올 1∼7월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신용대출·미수거래·신용융자 액수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보다 55.5% 증가한 289조7444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 투자를 하는 이른바 ‘빚투’인 신용융자가 이 기간 47.5% 늘어나 투자 심리가 과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들어 주택 매매와 주식 투자 등 투자심리가 되살아나면서 20, 30대 청년층은 80조 원이 넘는 빚을 냈다.

하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연체액도 덩달아 불어나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의 주담대·신용대출·미수거래·신용융자 연체액(잔액)은 올해 7월 말 기준 1조7474억 원으로 지난해 말(1조1764억 원)보다 48.5% 급증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