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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바닥 금간 ‘옥상 장미정원’… 1년만에 철거 결정

입력 | 2023-10-11 03:00:00

기장군, 지난해 6억 원 들여 조성
졸속 공사로 안전성 검사도 안 해
하중 못 견뎌 건물 균열-누수 발생
연말까지 6억 원 들여 철거하기로



부산 기장군이 6억 원을 들여 정관아쿠아드림파크 3층 옥상에 설치한 장미정원의 7월 모습.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균열이 발생해 이용객의 불안감을 키웠던 부산 기장군 정관아쿠아드림파크 옥상 장미정원이 조성된 지 1년여 만에 철거된다. 졸속으로 이뤄진 공사 탓에 설치와 철거 비용으로 1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낭비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장군은 6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구축했던 정관아쿠아드림파크(드림파크) 장미정원을 6억 원 이상을 들여 철거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장미정원은 기장군이 524억 원을 들여 레인 27개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수영장으로 조성해 지난해 6월 개장한 드림파크의 3층 옥상에 꾸며져 있다. 약 830㎡(약 251평)에 다양한 꽃을 심은 대형 화단과 목재 조형물 10여 개가 놓였다.

문제는 애초 드림파크 조성 계획에 없던 정원 조성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의 하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오규석 군수는 드림파크 개장을 5개월여 앞두고 급하게 이 같은 정원 조성을 지시했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기술 검토와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급하게 공사에 나섰다. 공사 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무거운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한 옥상 바닥 곳곳에 균열이 생겼으며 아래층으로 누수가 발생했다. 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에 기장군은 2200만 원을 투입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옥상부 전반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했다. 정원 존치를 위해 균열이 발생한 곳만 보수할 것인지, 전체를 철거할지 등을 살피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특히 옥상부가 장미정원의 하중을 얼마나 견디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장미정원의 하중이 ㎡당 100kg이라면 옥상 바닥의 구조물인 부재 2곳을 보강해야 하며, 정원의 하중이 ㎡당 300kg일 경우에는 6개의 부재를 보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밀진단을 맡은 기관은 “부분적인 방수공사를 하더라도 지속적인 누수가 우려된다. 옥상 화단 철거 후 방수공사를 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종합결론을 기장군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기장군은 다음 달까지 정원 철거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올 12월부터 6억 원 이상을 투입해 정원을 철거할 예정이다. 정밀진단 결과 장미정원 외에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옥상의 캔틸레버(공중에 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균열과 옥외계단실 하부의 누수 등도 보수한다. 한 기장군 주민은 “오규석 전 군수가 자신의 치적을 위해 임기가 끝나는 지난해 6월 말 전까지 드림파크를 개장하려고 서둘렀다. 졸속 공사 탓에 곳곳에 하자가 발생했고 보수와 철거 등에 중복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장군 관계자는 “장미정원을 철거한 공간을 비워둘 것인지, 소규모 골프 퍼팅 연습공간을 설치할지 등 옥상의 추후 활용 방안을 주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