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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 수학-과학 사라져 학력저하 우려… 수능 변별력 낮아질듯”

입력 | 2023-10-11 03:00:00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등급 잘받기 위해 쉬운 과목 쏠리면
고교학점제 취지대로 운영안될 우려
수능-내신 학업 부담 모두 커질듯
변별력 위해 대학별 고사 늘 수도



올해 5월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종로학원 대입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 학생들이 학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취득하면 졸업하는 제도다. 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가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자격고사화, 내신 전면 절대평가 도입,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화 등이 주로 거론됐다.

하지만 10일 발표된 대입 개편 시안에서 정부는 ‘개혁’ 대신 ‘미세 조정’을 택했다. 교육부는 “대입제도는 안정과 공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취지도 무색해지고 공교육 정상화에도 역행된다는 비판이 높다.



● ‘안정’ 위해 ‘미세 조정’에 그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교학점제를 윤석열 정부가 이어받으면서 고민한 지점은 “고 2, 3학년 학생들이 학업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25년부터 공통과목을 배우는 고1은 9등급 상대평가를, 선택과목을 듣는 고 2, 3은 절대평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2, 3학년 내신의 변별력이 저하되며 고1 내신이 입시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1 내신이 나쁘면 2, 3학년 때 만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시 올인’을 위해 자퇴하는 고교생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예고했던 내용을 수정해 모든 학년과 과목에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5등급 상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능 선택과목을 폐지하기로 한 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진로와 무관하게 고득점에 유리한 과목에 쏠리고, 점수가 유리한 이과생의 문과 침공이 빈번해진 현실이 반영됐다.



● 학력 저하-고교 교육 차질 우려도
이번 시안을 접한 대학에서는 “상위권 학생의 수학, 과학 학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2028학년도 수능 수학에서는 지금 수능 체제에서 대부분의 이과생이 응시하는 ‘미적분Ⅱ’, ‘기하’가 빠진다. 과학탐구는 중학교 과정을 토대로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는 1학년 과목(통합과학 1, 2)에서 출제된다.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학생들이 원하면 기하, 미적분Ⅱ, 물리학, 화학 같은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상위권 A대 입학처장은 “고1 때 수능 과학이 끝나는데 2, 3학년 때 심화 과목을 공부할 이유가 없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강조하는 국가 정책과 반대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려를 의식한 교육부는 미적분Ⅱ와 기하를 묶어 ‘수능 심화수학’ 영역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의대와 최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이를 필수 과목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험생 부담과 관련 사교육 팽창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고교 면학 분위기가 저하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내신이 완전 절대평가가 아닌 만큼 수강생이 많아 좋은 등급을 받기 쉬운 과목에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 수능 과목은 한국사를 제외하고 모두 2, 3학년 때 배운다. 하지만 2025년부터는 사회·과학탐구도 고1 때 학습이 끝난다.

내신과 수능 변별력이 모두 약화되면서 학생은 수능과 내신 부담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전교생이 200명인 학교라고 가정하면 내신 1등급이 현재 8명에서 20명으로, 2등급이 14명에서 48명으로 급증한다.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성적만으로 대학이 학생을 가려내기 어려워지는 만큼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이거나 대학별 고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수능은 내신보다는 변별력이 있겠지만, 공통과목으로 치러지는 특성상 일부 상위권 대학은 우수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정시에서도 학생부의 교과 성적을 반영하거나 정성평가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대입 안정성을 위해 정시 비율을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일부 학생들이 ‘정시 올인’을 위해 고교를 자퇴하는 현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도 서울 지역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43.0%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들이 일찍이 수능 위주의 학습을 시작할 것”이라며 “의대 쏠림 현상이 외고, 국제고 등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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