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국산주류가 진열돼 있다. 2023.10.10/뉴스1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파로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연일 오른 데 이어 주류업계까지 제품 출고가 인상 행렬에 동참하면서 소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오비맥주는 이날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 가정용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카스 500㎖ 캔 제품은 현행 가격을 유지한다.
환율 불안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의 상승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으로 제품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게 이유다.
슈퍼와 대형마트 등 판매가는 물론 식당가 맥주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으로 식당가에서는 맥주와 소주 등 주류의 출고가가 소폭 오를 때마다 1000원 단위로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맥’은 각 1병만 시켜 마셔도 1만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소주 출고가 인상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에탄올) 가격이 매년 오르고 있어서다. 국내 10개 주정 제조사의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올 4월 주정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원유 기본 가격이 오르면서 흰 우유를 비롯해 가공유와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인상하는 가운데 2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2023.10.2/뉴스1
주류에 앞서 이달 초 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국산 우유는 낙농가 보호 차원에서 매년 매입 가격이 올라가는 사이에 값싼 외국산 우유가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2017~2022년 외국산 우유 수입량 자료에 따르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2017년 3440톤에서 2019년 1만484톤으로 급증했고, 2021년 2만3284톤에 이어 지난해에는 3만1462톤까지 늘었다.
외국산 우유 수입이 느는 이유는 싼 가격 때문이다. 외국산은 1개월 이상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멸균 우유가 대부분이다. 폴란드산 멸균 우유는 시중에서 한 팩(1L) 기준 1600~1700원이면 살 수 있다.
주요 커피·빵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고민이 깊다. 판매 가격은 동일한데 우유나 생크림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돼서다. 지난해 우윳값 인상 이후 아이스크림·빵 가격이 각각 6%대, 20%대로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유·맥주 가격만 오르는게 아니라 과자·카페·빵집·식당 가격까지 도미도 처럼 영향을 끼친다”며 “결국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