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오픈AI의 GPT-3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꼬박 1년차다. 그 1년 사이에 생성형 AI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넘어 극단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대형 IT 기업인 구글이 직원 수가 백 명 남짓인 오픈 AI를 의식해 대형언어모델(이하 LLM)인 PaLM 2과 생성형 AI인 구글 바드를 급하게 내놓는가 하면, 메타 역시 자체 LLM인 LLaMA 2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를 인수한 뒤 운영체제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에 AI를 탑재하기 시작했고, 어도비나 세일즈포스,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워 LLM 및 생성형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생성형 AI 공개가 단순한 시장 경쟁이 아닌, 산업 전반이 진보하는 현상에 가깝다는 점이다. 생성형 AI 자체가 다른 산업 분야와 융합해 효율성 및 생산성 제고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AWS 역시 생성형 AI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리비에 클라인 AWS 수석 테크놀로지스트가 AWS 인더스트리 위크 2023 기조연설을 맡았다 / 출처=IT동아
지난 10월 5일, AWS는 모든 규모의 조직이 클라우드로 인공지능(이하 AI)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을 정식 출시했다. 아마존 베드록은 생성형 AI 구현에 필요한 기능을 클라우드로 제공하며, 사전에 마련된 LLM으로 개발 과정을 간소화하고, 기업 수준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를 제공한다. 11일 서울에서 진행된 ‘AWS 인더스트리 위크’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한 올리비아 클라인(Olivier Klein) AWS 수석 테크놀로지스트가 바라보는 생성형 AI의 방향성은 어떨까.
생성형 AI, 새로운 기술 갈래 넘어 산업 전반 끌어올릴 기술
올리비에 클라인은 생성형 AI가 갑자기 떠오른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등장했다고 말한다 / 출처=AWS
그는 “생성형 AI가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약 10년 전부터다. 물론 갑자기 이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그만큼 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처리할 컴퓨터 성능도 향상됐기 때문이다. 현재 생성형 AI는 챗봇이나 컨텍 센터 등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부분, 검색이나 데이터 정리 등 직원 생산성 향상, 글쓰기나 디자인, 모델링 등의 콘텐츠 창작과 데이터 합병, 생성형 AI 기반의 문서 이해 등 산업 운영 향상까지 크게 네 가지 분야에서 사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동작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생성형 AI가 실제로 동작하는 과정은 어떨까. 올리비에 클라인은 생성형 AI의 지원을 받는 고객센터를 예로 설명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다고 치자. 그럼 소비자의 요청은 데이터로 변환돼 전사적 자원관리(ERP)로 구현된 데이터망에서 확인을 거치고, 아마존 베드록이나 세이지메이커 등으로 구현된 정보를 파악한 뒤 세네 가지 옵션으로 제공된다. 상담사라면 짧은 통화만으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여러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로 구도나 스케치, 레이아웃을 입력하고, 이를 토대로 디자인 작업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과정도 가능해졌다 / 출처=AWS
창의성을 요구하는 업무에서도 효과가 있다. 특히 프롬프트만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을 넘어서 스케치를 사전에 입력하거나, 생성 영역을 레이아웃으로 지정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시에서는 스테이블 디퓨전 기반의 디자인 업무가 제시됐다. 기존의 AI는 프롬프트를 입력해 구체적으로 결과물을 지시해야 했는데, 최근에는 가볍게 구도나 형태를 스케치를 하면 자동으로 인식하고 디자인을 제안한다. 여기서 결과물을 선택하고, 다양한 배경을 제시하려는 명령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구도와 명령어만 입력하면 수십, 수백 가지의 시안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게 가능해진다.
아마존 서비스 개발에 적용 중··· AI 고도화에 AI 쓴다
올리비에 클라인은 생성형 AI가 단순히 업무 혁신을 넘어서 AI 기술 자체의 고도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아마존 GO라는 무인 매장 서비스가 있다. 소비자가 QR 코드를 스캔하고 입장한 뒤, 물건을 골라서 걸어 나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결제까지 끝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가 소비자의 동선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라고 말했다.
제품이 찌그러지거나, 다른 자리에 있거나, 디자인이 지나치게 유사하면 AI 인식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부분에 생성형 AI로 자체 학습을 시켜 성능을 끌어올린다고 한다 / 출처=AWS
이어서 “하지만 제품 외관이 찌그러지거나 부서졌다던가, 원래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집어든 상품, 제품 디자인이 거의 동일한 디자인의 경우 컴퓨터가 구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생성형 AI로 제품이 훼손된 이미지나 3D 시뮬레이션 등을 가상으로 만들어 학습 능력을 고도화하고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생성형 AI로 AI의 학습 데이터를 자체 생산하고 학습해 완성도를 높이는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AWS가 생성형 AI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네 가지 사안을 정리했다. 생성형 AI를 만드는데 필요한 가장 좋은 모델을 제공하고, 안전하고 개인화된 데이터 환경을 만든다. 또 생성형 AI를 활용해 업무 부담은 줄이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기계학습용 인프라스트럭처를 고도화해 비용은 낮추고 속도는 빠른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AWS의 AI 서비스에서 광범위한 모델 선택권을 제공하고, AWS 트레이니엄(AWS Trainium)과 AWS 인퍼런시아(AWS inferentia) 등 자체 개발 칩셋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점도 덧붙였다.
개인부터 산업까지 전반에 생성형 AI 작용할 것
생성형 AI는 산업 전반에 널리 쓰이게 될 예정인 만큼, 핵심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 출처=IT동아
올리비에 클라인이 언급한 생성형 AI 적용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생성형 AI는 단순히 대화나 검색 정도의 영역을 넘어서 개인 기반의 서비스부터 산업 기술의 고도화까지 전반적인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그가 설명한 부분만 보자면 명확한 사용처를 찾지 못한 대체 불가능 토큰(NFT)나 메타버스보다는 훨씬 낙관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얘기하지 않는 부분도 간과해선 안된다.
현재 생성형 AI는 자금력이 충분한 소수의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시장 경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과도한 전력 소모와 인프라를 요구해 가상화폐 채굴처럼 단순한 자원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메타처럼 오픈 소스로 LLM을 배포하는 경우, 사용 기업이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만큼 기술의 발전과 시장 독재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생성형 AI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