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텔스 전투기에 자체 엔진 시험 인도, 美와 공동 생산 핵심 기술 받아 방사청 “2037년까지 국산 엔진 개발” 역량 갖춰… 기간 14년-예산 5조 예상
한 대를 팔면 중형차 1000대 수출을 뛰어넘는 부가가치를 낸다는 전투기.
하지만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 수십 년 동안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우크라이나)이 독점해 오던 항공엔진 분야에 중국이 가세한 상황. 최근 인도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이를 뒤쫓기 시작했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양산을 눈앞에 둔 한국은 이제 전투기 엔진 국산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다.
● 전투기 심장 얻은 중국·인도
올 6월 미국과 인도의 정상회담 직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F414 전투기 엔진을 인도에서 공동 생산하고 핵심 기술을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항공엔진 기술 이전을 철저히 막아온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이례적으로 인도의 손을 잡은 것이다. 20년 넘는 도전 끝에 2013년 항공엔진 자체 개발을 포기했던 인도는 단숨에 최신 기술을 얻게 됐다.
● 한국은 ‘2037년 개발’ 로드맵
하지만 KF-21의 엔진은 미국산이다. GE의 F414 엔진의 설계 도면과 핵심 부품을 받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에서 면허생산 방식으로 조립해 만든다. 따라서 KF-21을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미국이 거부하면 수출이 불가능하다. 2020년 아랍에미리트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맺고도 독일의 엔진 수출 금지 때문에 수출이 무산됐던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항공엔진 국산화를 위해 정부도 나서기 시작했다. 방위사업청은 6월 발간한 ‘2023-2037 국방기술기획서’에서 항공기용 대형 터보팬 엔진 개발의 로드맵을 담았다. 유·무인 전투기에 쓸 수 있는 추력 1만5000파운드급 엔진을 2037년 정도까지 자체 개발하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 단계는 아니다. 내년 중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예산이 편성돼야 본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 항공엔진 개발 역량은 있나
항공엔진은 모든 엔진 중 개발 난도가 가장 높다. 엔진이 내뿜는 1500도 넘는 고온을 견디는 소재 기술부터 난관이다. 수천, 수만 시간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비행에 적합한지를 검증하는 180개 항목의 감항인증 통과도 필수다. 고장 나도 추락하진 않는 자동차 엔진이나, 한 번 쏘면 끝인 로켓 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달 탐사선도 만든 중국과 인도가 항공엔진 개발에선 고전해 온 이유다.
해외 협력사 없이 독자적으로 전투기급 엔진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3∼14년, 소요 예산은 총 5조 원 정도로 예상된다. 엄청난 비용이지만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항공엔진 개발 이후 20년 동안 올릴 부가가치를 최소 9조4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항공엔진 시장 점유율 1%를 차지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만약 전투기급 엔진을 개발해 신뢰성을 확보한다면, 이를 민항기용 엔진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