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68〉딸과 헤어지며
영화 ‘더 웨일’에서 찰리는 오랜만에 만난 딸 엘리에게 지난 잘못을 사과하며 딸의 행복을 기원한다.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영화 ‘팔도강산’(1967년)에서 노부부는 1남 6녀의 자식들을 만나려 전국을 일주한다. 강원 속초에 사는 여섯째 딸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효심이 깊어 더 애틋하다. 전통사회에서 시집간 딸을 ‘출가외인’으로 치부했다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달라지지 않았다. 딸을 두고 읊은 한시가 옛 아빠들의 마음을 보여준다(박동욱, ‘너보다 예쁜 꽃은 없단다’). 조선 후기 윤진(1631∼1698)은 친정에 왔다 돌아가는 막내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다음 시에 담았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더 웨일’(2023년)에도 딸과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가 나온다. 찰리는 울혈성 심부전으로 죽음이 목전에 이르자, 이혼 뒤 양육권을 빼앗겨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딸 엘리를 집으로 부른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엘리는 고약하게 굴지만, 찰리는 낙제한 딸의 글쓰기를 도우며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처를 지닌 찰리는 폭식으로 스스로를 학대하며 은둔하지만 딸에 대한 믿음만큼은 끝내 내려놓지 않는다. 새들을 위한 모이를 창가에 내놓곤 딸이 쓴 소설 ‘모비딕’에 대한 에세이를 반복해 읽으며 위안을 얻는다.
찰리만큼 절박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시인 역시 딸과 이별하며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시인의 간절한 딸 생각이 옛 아빠들의 딸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