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 작가 칼 세이건 딸 사샤 한국 첫 방문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사랑뿐”
사샤 세이건은 “딸이 크면 외진 곳으로 가 밤하늘 별을 보며 이 광경을 처음으로 본 최초의 인간은 어떤 심경이었을까 함께 상상해볼 것”이라고 했다. ⓒBrian C. Seitz 문학동네 제공
“너는 네가 사는 나라가 지구의 중심이라 생각하지만, 세상엔 많은 나라가 있단다. 우리가 사는 지구 역시 우주의 중심이 아닐 수 있어.”
미국 작가 사샤 세이건(41)은 최근 한국을 찾기 며칠 전 딸에게 지구본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코스모스’를 쓴 미국 천문학자인 아버지 칼 세이건(1934∼1996)이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에게 한 말 그대로였다. 그는 지구본을 빙빙 돌리며 덧붙였다. “네 할아버지는 인류의 시선을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한 분이야.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라는 걸 깨닫게 한 분이지.”
에세이엔 “증거의 부재는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라며 과학적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라며 인류애를 놓지 않았던 아버지의 평소 언행이 담겼다. 또 그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우주적 관점’으로 탄생, 결혼, 죽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단상을 써 내려간 글도 포함됐다.
그는 “아버지는 평소 글을 쓰기보단 말하며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며 “나와 대화하며 ‘네 덕에 새로운 생각이 났다’고 말한 적도 자주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인류는 문화, 종교의 차이에 집착하며 서로를 다르다고 생각하고 싸운다”며 “우리가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작은 지구에 사는 미미한 존재라는 걸 깨달으며 우리가 서로 비슷한 존재라는 걸 상기하면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책 출간은 부모 덕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전 운이 좋아요. 특별한 아버지가 물려주신 ‘생각’이란 유산 덕에 제가 있을 수 있었죠. 아버지와의 만남, 상실 그 모든 것이 절 만들었기 때문에 제 글에 아직 아버지가 남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아버지의 책을 읽으면 여전히 아버지와 제가 연결돼 있다고 느껴요.”
“제 두 아이와 이야기하면 생각이 샘솟아요. 언젠가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책을 쓰고 싶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