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하루에 수영장 813개 분량 아리수 생산”

입력 | 2023-10-12 03:00:00

115년 맞은 국내 첫 정수장
‘뚝도아리수정수센터’ 가보니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도아리수정수센터의 침전지에서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가 정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침전지는 물속 뭉친 부유물을 가라앉히는 곳으로, 이후 여과 과정을 거친 물은 오존살균과 활성탄(숯) 흡착 과정을 거쳐 아리수로 완성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물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바닥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정수되는 중입니다.”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뚝도아리수정수센터. 이곳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인 ‘활성탄 흡착지’에서 서한호 소장이 수조에 담긴 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실제로 위생복을 입고 내려다보니 검은 흡착지 바닥 위에 담긴 물이 미세하게 출렁이고 있었다. 서 소장은 “물이 검은색으로 보이는 건 흔히 숯가루라고 불리는 활성탄이 바닥에 2.8m의 높이로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아리수가 활성탄을 통과하며 이물질과 유기물이 흡착돼 물의 맛과 냄새가 좋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 아리수 하루 평균 305만 t 생산

서울시에 따르면 올 8월까지 서울시의 하루 평균 수돗물(아리수) 생산량은 305만 t에 달했다. 매일 길이 50m, 폭 25m, 깊이 3m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장 813개를 가득 채울 물을 생산한 것이다.

서울시민 1인당 최대 352L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건 서울시가 운영하는 정수센터 6곳 덕분이다. 이날 취재진에게 개방된 뚝도센터도 그중 한 곳이다. 일평균 43만9000t의 아리수를 생산하는 이곳은 1908년 건설된 한국 최초의 정수장이기도 하다.

11일 오전 뚝도센터의 활성탄 흡착지에 들어서자 오존살균 처리를 거친 물 냄새가 감지됐다. 이곳은 아리수가 마실 수 있는 물이 된 상태에서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치는 곳이다. 아리수는 여기에 오기 전 이미 △한강 물을 정수센터에 보낸 뒤 물에 약품을 섞는 혼화 △물속의 미세한 부유물을 뭉치게 하는 응집 △뭉친 부유물을 가라앉게 하는 침전 △이를 걸러내는 여과 과정을 거친다. 서 소장은 “여과 과정까지만 해도 마실 수 있는 물이 되지만 맛과 냄새를 더 좋게 하기 위한 활성탄 흡착과 오존살균을 거쳐 아리수가 완성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생산한 물을 수도 기반 시설이 부족한 인접 도시에도 공급한다. 경기 구리·남양주·하남·광명시 일부 지역에 하루 12만8228t의 아리수를 공급한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수돗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2043년까지 총 7452억 원을 투자해 고도정수처리 시설 용량을 현재 하루 380만 t에서 415만 t까지 확충할 예정이다.

● “아리수 마신다” 답변은 30%대 그쳐

올해는 대한제국 시절이던 1908년 9월 1일 서울의 뚝도수원지(현재 뚝도아리수정수센터)에서 완속 여과 방식으로 처음 생산한 1만2500㎥의 수돗물이 공급된 지 115년이 되는 해다. 2008년 서울시가 ‘아리수’의 상표권을 등록한 지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최근 상수도본부 조직명을 ‘아리수본부’로 개편하는 안을 추진하는 등 아리수에 대한 시민 선호를 높이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민의 아리수 음용률은 30%대에 그쳐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상하수도협회 관계자는 “생수나 정수기 물은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수돗물의 탄소 배출량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며 “물 먹는 습관만 바꾸더라도 일상에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돗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한 서울시의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