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주이스라엘 대사-주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지낸 마영삼 씨 인터뷰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로켓포 5000발을 쏟아붓고 육해공으로 대원을 동시에 침투시킨 건 오랜 기간 정교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라며 “외부 지원 세력 없이는 준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했다. 사진은 올해 4월 인터뷰 모습. 동아일보DB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피해 규모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 상당 기간 어마어마한 보복이 이뤄질 것이다.”
마영삼 전 주이스라엘 대사(67)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휴전은 열려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강온양면 전략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대결이 2014년 이스라엘이 51일에 걸쳐 보복을 이어간 ‘제3차 가자전쟁’ 기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마 전 대사는 “역대 최장 보복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11일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 인근에 병력 30만 명을 배치하며 가장 강력한 군사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넘어 확대되는 데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봤다.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빠져나가기를 원하고 있는 이란이 이번 전쟁에 공식 개입할지가 확전의 관건이라고 봤다.
“하마스는 기습에 성공했고, 정보전 및 초동 대응에 실패한 이스라엘군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의 불신은 확산됐다. 하마스 입장에선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진격하면 하마스는 납치한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공격 예상 지점 곳곳에 데려다 놓고 세부 위치를 발표하는 식으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하마스는 왜 민간인을 납치했나.
“군사력으로는 정면 대결이 성립되지 않아서다. 이들은 이스라엘 인질 1인을 이스라엘에 수감된 하마스 대원 1000명과 맞바꾸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마스 간부 상당수는 이미 가자지구 내 땅굴을 이용해 인근 국가로 피신했을 것이다. 지상전이 시작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과 정면 대결을 하기보다 잠적한 뒤 게릴라전을 펼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거점을 다 발견해 파괴하려 하겠지만 하마스가 모두 소탕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 개입이 확전의 관건이다. 이번 하마스 공격이 매우 정교한 점, 전례 없는 대규모인 점 등으로 볼 때 이란은 어떤 형태로든 지원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정황은 찾기 어렵다. 다만 이란 배후설과 별개로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이미 하마스의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도 이란의 개입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합의를 복원해 국제사회의 제재에서 빠져나가길 누구보다 간절히 원한다.”
―미국이 깊숙이 개입하면 아랍 대 서방의 대결로 확전되지 않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수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국 수교를 외교 업적으로 삼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누구보다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이 1차로 마무리되면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휴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하마스는 왜 군사력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을까.
“사우디와 이스라엘 수교가 성사되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이스라엘은 아랍연맹 22개국 중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국과 수교 중인데 사우디는 아랍 지도국이어서 수교 성사 시 다른 아랍 국가와의 수교 성사 사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랍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마스는 급했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제치고 주도권을 잡는 것도 원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조정안 문제로 이스라엘은 혼란에 빠졌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신뢰를 잃었다. 하마스는 그 틈을 노렸다.”
―북한을 코앞에 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사회에는 여전히 정글의 법칙이 적용된다. 내부 정치 혼란 등으로 미세한 틈만 보여도 상대는 무력을 행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안보에 있어 조금의 틈도 허용해선 안 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