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크파르아자’ 키부츠에서 하마스에게 살해된 민간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곳에서 영유아, 노인 등을 포함해 최소 1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크파르아자=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행한 민간인 살상 실태가 드러나면서 공격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양측의 여론전도 격화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현지 시간) TV연설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 군인들을 참수하고 여성을 강간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들의 머리에 총을 쏘고, 사람들을 산채로 불태웠다”며 “하마스 대원들은 이제 모두 죽은 목숨”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도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크라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참수된 영유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이곳은 아기 시신 40구가 발견됐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참혹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의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유대계 지도자들과 만나 “테러리스트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사진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다만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 대변인의 주장과 이스라엘 언론 보도를 근거로 언급한 것일 뿐 해당 사진을 본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전쟁 6일째인 11일 양측 사망자는 23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 당국은 사망자가 최소 1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역시 11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현실화될 경우 확전 우려에 대비해 이란을 직접 거론하며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해 강력한 지원 의지와 함께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에 대한 억제 메시지를 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