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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익률 9.4% 목표라더니… KIND 정책펀드 최근 1년 0.46%

입력 | 2023-10-13 03:00:00

해외 인프라 투자 정책펀드 4개
평균 수익률 목표치의 20분의 1
고금리에 개도국 리스크 등 겹쳐
KIND “운영 안정화에 시간 필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정책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이 목표치의 2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금리 기조에 환율·개도국 리스크, 자연재해 등의 영향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12일 KIND가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9년 설정돼 현재까지 운영 중인 정책펀드 4개(1·3·4·7호)의 최근 1년(올 9월 말 기준) 평균 수익률은 0.46%로 집계됐다. 해당 펀드들의 평균 목표 수익률(9.3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 중 1, 4호 펀드는 설정 당시 목표 수익률이 10%였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6.3%와 1.8%에 그쳤다. 4개 정책펀드의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도 6월 말 기준 평균 4.76%로 목표 수익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KIND는 해외 건설, 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금융 지원을 위해 정책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정책펀드뿐만 아니라 해외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민간 공모 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민간 해외 인프라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11일 기준)은 ―0.18%로 손실을 기록했다. 3년 수익률 18.13%에서 마이너스로 바뀐 것이다.

최근 정책·민간 인프라 펀드의 수익률 악화는 고금리로 사업 추진이 지연된 영향이 크다. 사업 속도가 늦어지면 금융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수익률이 악화된다. 예컨대 4호 펀드의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사업은 추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추진했지만 고금리로 대주단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해당 사업장이 있는 호주의 기준금리도 지난해 말 연 2.85%에서 올 6월 4.1%로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미 국채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로 급등한 지난해 9월 말 대비 5.6%가량 떨어지면서 환 손실이 발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KIND에 따르면 환 손실 규모는 투자액(595억 원)의 약 10∼2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개도국 정부 리스크와 자연 재해도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다. 2호 펀드의 경우 KIND가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발전 사업의 대출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포기해 수익률이 떨어졌다. 파키스탄 정부가 올 7월 국제통화기금(IMF)에 3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3호 펀드의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병원 건설사업은 올 2월 지진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해외 인프라의 투자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KIND는 “사업 완공이나 상업 운영에 도달하지 못한 초기 단계의 인프라 자산이 많아 운영 안정화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고금리나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고려해 투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